김복순 씨는 와상장애인으로, 모든 일상생활을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다.ⓒ에이블뉴스

장마가 끝나고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김복순 씨(뇌병변1급, 35세)의 집에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그 앞에는 스스로 앉을 수도 없는 복순 씨가 누웠다, 엎드리기를 반복한다. 그의 활동지원사 김미자(가명, 56세)씨의 업무 중 하나다.

벌써 7년이 넘도록 복순 씨의 활동보조를 해온 미자 씨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주중 근무를 맡은 그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 부족한 시간에는 임금도 받지 않은 채 그의 집에 머물며 사실상 24시간 근무해오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하는 ‘활동지원 휴게시간’ 적용에 반대한다.

“떠나야 휴게시간이지. 이 이용자를 벗어나야 휴게가 되는 거지. 의미가 없어. 누구한테 불안해서 복순이를 맡길 수나 있겠어?”

복순 씨는 오랜 시간 동안 경기지역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다가 8년 전 지역사회로 나왔다. 2011년 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되며 미자 씨와 인연을 맺었고, 최중증과 1인 가구를 적용해 활동보조 시간은 현재 총 538시간을 받고 있다.

미자 씨가 월~금 동안 24시간, 또 다른 활동지원사가 주말 24시간을 책임진다. 신변 처리부터 목욕, 식사, 이동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족한 시간은 활동지원사와 복순 씨 협의 하에 무급으로 채우고 있다.

“24시간 하기 시간이 많이 모자라지. 근데 가족도 없으니까 들여다볼 사람이 없고, 많이 불안하잖아. 집에 가면 걱정돼서 잠도 잘 안 오고 그래. 그냥 시간대로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그냥 하고 있는 거야.”

‘활동지원 휴게시간’ 적용 사실은 지난달 중개기관인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들이 방문하며 알게 됐다. 복순 씨와 갑작스러운 ‘휴게시간’에 너무 놀랐다고 했다.

센터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활동지원사업이 특례업종에서 폐지, 7월부터 활동지원사에게 휴게시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활동지원사가 4시간 근무시 30분 이상, 8시간 근무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

복순 씨는 거부 의사를 밝혔고, 센터에서도 올해까지는 계도기간이니까 바로 적용하지 않겠다고 돌아갔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휴게시간’이 적용되며, 걱정은 늘어간다.

“저는 반대해요. 사람이 없으면 불안하고 놀라고. 그나마 선생님이 계시니까 지금까지 쭉 같이 지내왔거든요.”

'누군가의 휴식시간 우리의 호흡기가 멈추는 시간' 피켓.ⓒ에이블뉴스DB

복순 씨는 신변 처리 등을 통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싫어 여러 명의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원치 않는다. 실제로 지난 7년 동안 미자 씨만이 그를 케어해오다 오랜 설득 끝에 지난해 추가로 한 명의 활동지원사를 들였다.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순영 팀장은 “신체를 보여줘야 한다는 수치심에 두 명의 활동지원사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랜 설득 끝에 현재 두 분이 케어하고 있다”면서 “엄마와 딸 같은 사이여서 근무 시간이 아니어도 남아서 서비스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순 씨는 와상장애인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별도로 내놓은 고위험 중증장애인 대책에 포함된다. 하지만 가족이 없으므로 가족 활동보조는 힘들고, 대체인력 또한 원하지 않고, 구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즉,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은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

“휴게시간 좋지, 노동자도 쉴 권리가 있으니까. 근데 장애인과 호흡하고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도 똑같이 적용하는 게 문제인 거 아니야. 그럼 나는 일 끝났다고 복순이 혼자 있던지 말든지 하고 가? 휴게시간 동안 똥 싸지마 할 거냐고.”

와상장애인 김복순 씨는 활동지원 휴게시간 적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에이블뉴스

지난 2일 복지부는 권덕철 차관이 장애인활동지원사 휴게시간 대체근무 관련 장애인 가정을 방문, 가족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미자 씨는 “가정 방문한 김에 직접 활동보조 해보지 그랬나? 어떤 고충이 있는지 직접 체험을 하면 되잖아”라고 꼬집었다. 현장에서는 무급 휴게시간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고, 단말기만 쉬는 기이한 형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정작 정부에서는 팔자 좋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휴가를 가본 적이 없어. 몸이 아파도 새벽 6시에 도수치료 받고 와서 근무했어. 누가 내 대타로 오겠어 최중증 기피하는데. 휴게시간 이게 말이나 되는 정책이냐고. 결국 계속 이용자 옆에서 대기해야 하는거잖아. 그것도 무급으로.”

복순 씨는 오랜 용기 끝에 시설을 나온 지 8년 만에 ‘휴게시간’ 때문에 처음 위기가 찾아왔다고 했다. 밥도, 화장실도 스스로 못 가는 자신이 남겨질 시간이 두렵고, 대체인력이 와서 내 몸을 만지는 것도 싫다고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미자 씨 또한 당사자인 복순 씨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동의했다.

“임금 보장되고, 8시간만 딱 일하면 나야 좋지. 근데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 복순이가 원하지 않잖아. 우리는 휴게시간 하라고 하면 해야겠지. 근데 명목상 휴게가 될 거 같아. 현실 모르고 당사자 의견도 반영되지 않은 이런 법이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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