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한국장애인부모회와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족에 의한 장애인 활동보조 허용을 거듭 촉구했다.ⓒ한국장애인부모회

가족에 의한 장애인 활동보조 허용을 두고, 장애계간 찬반이 다시금 격돌했다. “중증장애인 가정의 파괴 방지”란 찬성 입장과 “제도의 본질적 측면 왜곡”이라는 반대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

앞서 지난 3일 한국장애인부모회와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족에 의한 장애인 활동보조 허용을 거듭 촉구했다.

현행 활동지원법령에서는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를 제한하되, 활동지원기관이 부족한 지역, 천재지변, 수급자가 감염병 환자인 경우 지자체장의 결정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 활동지원급여 월 한도액의 50%를 감산 적용한다.

반면, 비슷한 돌봄 서비스인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당사자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가족인 요양보호사에게도 요양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몇 년 전부터 장애계에서는 “도저히 장애가 심해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다”며 가족이 활동보조를 할 수 있게 해달란 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자립생활 저해”라는 일부 장애계 반대에 부딪혀 지난 2015년 검토되던 보건복지부 시범사업도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등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를 촉구하는 의견이 많아 복지부차원에서도 지난 3월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속 ‘가족에 의한 활동보조’를 제한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부모회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족의 활동지원 허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지금까지 3만여 명의 지지 서명을 받았다.

또한 경기도의회 박순자 의원도 올 초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중증장애인 가족에게 활동보조를 허용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모회 정기영 회장은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고, 활동지원사가 있어도 부모와 함께 있어야 하는 중증장애인에게 가족의 활동지원을 허용하라는 피끓는 호소를 외면하지 못 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면서 “장애특성을 가장 잘 알고 유사시 적절히 대처할 사람은 가족이다. 적합성과 적절성에 입각한 중증장애인 가정에 대해 필요한 지원을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변환숙 경남회장도 “광주광역시 발달장애인 가족 동반 자살, 자폐성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아버지. 오죽했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가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중증장애인가정도 원활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던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적합성과 적절성에 입각해 중증장애인 가정 중심으로 가족도 활동지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가정의 파괴와 가족 해체를 방지하고, 장애인 부모와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삶의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중증장애인 가족 활동지원을 허용해 주도록 앞장 설 것”을 밝히면서,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 법률 개정을 주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6일 24시간 활동보조를 촉구하며 청와대에 의견서를 전달했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에이블뉴스DB

반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중증장애인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라며 반대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한자협은 “가족의 어려움’과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힘든 현실’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장애인가족에게 ‘활동보조 허용’을 요구하는 것은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의 본질적 측면을 매우 심각하게 왜곡하고, 오히려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우리는 활동보조 24시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 지원을 요구하면서 청와대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것이 부모회가 제기한 가족부담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투쟁”이라면서 “중증장애인 가정 파괴와 가족 해체를 방지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중증장애인의 자립과 권리 측면에서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장연 또한 “활동지원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 바우처 기반의 민간 위탁 방식으로 공공성이 확보되지 못 하는 점”이라면서 “대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제공인력이 꺼려한다는 등의 이유로 가장 열악하고 서비스가 절실한 중증장애인의 돌봄을 다시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한다는 말인가”라며 되물었다.

이어 “완벽하지 못한 제도 안에서 장애당사자와 가족들은 평생을 고통 받고 심지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면서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장애인과 가족들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중증장애인들이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달라고 힘을 모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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