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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이용 장애인 사망, 참담한 법정싸움

호출버튼 누르려다 계단 추락, “조작 실수 회피만”

“아버지 죽음 헛되지 않도록”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3-15 14:36:15
15일 휠체어리프트 추락 사고가 난 현장에서 위험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기자회견 현수막으로 감았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5일 휠체어리프트 추락 사고가 난 현장에서 위험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기자회견 현수막으로 감았다.ⓒ에이블뉴스
“우리나라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직접 당해보니 장애인들에게 아직도 불편한 나라이고, 변화하지 않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15일 서울 신길역사에서 휠체어리프트 추락 사고로 아버지 한 모씨를 떠나보낸 한영수 씨는 가족들을 대표해 카메라 앞에 섰다. 기자회견에 함께 동행한 고인의 부인과 딸은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봤다.

한 씨의 가족은 누구보다 강했던 가장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길고긴 법정 싸움에 들어간다.

베트남전쟁 참전 상이군인이었던 고인 한 씨는 전쟁 도중 후유증과 이후 교통사고로 인해 하반신과 왼팔을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 1급으로, 11년전 중고 전동휠체어를 구입해 사용해왔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등촌동에 위치한 보훈병원을 찾아 약도 받고, 재활운동을 해왔다던 한 씨는 2017년 10월20일 사고당일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했다.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는 구간은 매우 가파르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는 구간은 매우 가파르다.ⓒ에이블뉴스
신길역 환승구간은 매우 길뿐더러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없다. 계단 74개, 경사로 30도, 길이만 30m에 달하는 길고 가파른 환승구간을 휠체어리프트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

이에 평소 한 씨는 가족들에게 ‘신길역에만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불편하다’는 이야기들을 해왔다고 알려졌다.

더욱이 왼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한 씨가 리프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면이 아닌, 가파른 계단을 등진 채 리프트에 다가가 역무원 호출버튼을 눌러야 한다.

계단과 호출버튼 사이 공간이 매우 비좁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계단과 호출버튼 사이 공간이 매우 비좁다.ⓒ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계단과 호출버튼 사이 공간도 매우 비좁았기 때문에 한 씨는 조금씩 후진하며 호출버튼 누르려다 계단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한 씨는 머리를 크게 다쳤으며, 의식을 잃은 채로 98일간 치료를 받던 중, 깨어나지 못한 채 지난 1월 25일 눈을 감았다.

아들 한영수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아들 한영수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사고 이후에 역 측에서는 사고 지점에 위치한 휠체어를 가져가라고 하더라고요. 사고에 대해 항의해도 교대 근무기 때문에 담당자가 아니라는 말 밖에..”

한 씨의 생사가 오가는 도중, 사고가 난 신길역사 측에서는 전동휠체어를 가져가라는 말을 가족들에게 전했다. 매형과 전동휠체어를 옮기면서 참담한 심경을 감출 수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CCTV 확인 및 공식 민원 제기 등을 통해 항의했지만, ‘아버지 휠체어 조작실수 이기 때문에 역내의 사고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받았다.

하지만 고인 한 씨는 사고 당시 전동휠체어를 10년간 사용해왔기에 휠체어 작동에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사고 직후 고인이 다친 부분을 확인했지만, 역사에서는 사고로 조차 잡지 않았다. 리프트 이용 전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당사자 책임이라고 가족들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사고에 대한 책임 없이 ‘100만원 한도에서 보험 접수가 가능하다. 접수 해드릴까요?’라는 담당자의 말은 더욱 허탈했다. 장추련에 따르면, 신길역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 측은 어떠한 사과 없이 ‘사고에 관한 책임이 전혀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15일 신길역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5일 신길역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
결국 사고 다음 달인 지난해 11월 장추련 부설 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를 통해 상담했고, 사단법인 두루 이태영 변호사 등 총 5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까지 이르게 됐다.

고인의 가족은 손해배상을 원하는 것이 아닌, 이처럼 어이 없는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차원에서 공사 측에 명확한 책임을 밝히겠다는 취지다.

사단법인 두루 이태영 변호사는 “휠체어리프트 호출버튼을 누르기 위해서는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보호수단을 갖춰야 하지만 사고 현장은 안전장치도 없고 적합한 위치도 아니다”라며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한다. 앞으로 추가 피해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는 “휠체어리프트는 안전하지도 않고 편리하지도 않은 살인기계”라면서 모든 휠체어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고 현장에서 직접 휠체어리프트에 탑승한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작은 안전바에 의지해야 한다. 리프트를 탈 때마다 위태롭다. 이 위태로움에 대해서 누구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번 소송을 통해 장애인도 분명하게 이동할 권리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오는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씨의 가족을 대신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장추련은 이후로도 엘리베이터 설치로 이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차별금지 구체소송,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다.

15일 사고 현장에서 장애인활동가들이 휠체어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투쟁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15일 사고 현장에서 장애인활동가들이 휠체어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투쟁하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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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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