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깨진 독에 물 붓기’, 43년 전 사고 ‘생생’먼저
중도장애인들에게 장애란, ‘또 다른 세계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되면 신체적, 심리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까지 복합적으로 경험한다.
1982년부터
투석을 받았던 한국신장장애인협회 부천지부 김운택 지부장은 "예전에는 지원이 전혀 없었다.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 100~200만원의
투석비는 너무 큰돈이었다"며 "처음에는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이 돼서야 죽을 때까지 경제적으로 힘든 것을 알았다. 그 뒤로
투석비를 벌고자 노가다, 막일, 웨이터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신장장애인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가족 간 갈등문제도 크다. 부모, 형제들이 '너한테 들어간 돈이 깨진 독에 물 붓기'다라며
투석에 대한 금액을 형제끼리 미룬다"면서 "겉보기에는 괜찮지만 숨이 차고 너무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전국
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민동식 회장은 "만 43년 전 운동화를 신고 있는 상태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파편에 의해 발목이 절단됐다. 3일 후에 발목을 찾아서 화장 처리했다고는 하는데, 가끔도 폭발사고가 꿈에 나와서 나 스스로 놀란다"면서 "현장에서 직접 동료의 죽음을 경험한 동지들은 절대 그 것을 잊혀지지도 치유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민 회장은 "설문조사, 각종 연구에 따르면
산재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사회적 부적응, 우울증을 앓고 있다. 상처 부위 뿐 아니라 사고로 인해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를 갖고 있다"면서 "현재 심리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해서는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고 피력했다.
한국
척수장애인협회
김소영 차장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중도장애인들의 좌절감이 큰 이유는 우리사회가 장애인으로 살아가기에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을 이 사회가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살아갈 길이 막막할 따름"이라며 "직업을 찾는 것이든,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제약"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