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일 장애인권리보장법연대 출범 모습.ⓒ에이블뉴스DB

“우리당 장애인복지 1호 법안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도 현재 논의 중에 있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홍성대 보건복지 전문위원이 RI Korea 신년정책포럼에서 이 같이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국민명령 1호로 약속하기도 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벌써 국회에 제출된 지 1년을 넘겼는데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역사가 제법 깁니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장애인정책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었지만, 당선된 후 ‘제정’이 ‘검토’로 바뀌더니 흐지부지 됐죠.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주요 정당들 대부분이 공약으로 발표했고, 결국 지난해 1월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발의를 통해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을 국회에 발의했습니다.

이어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며 100대 국정과제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채택돼 다시금 초록불이 켜졌죠.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은 현재 장애인복지법이 등급제 폐지를 비롯한 장애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에 따라, 새로운 장애에 대한 정의부터 탈시설, 자립생활, 국가장애인위원회, 개발 맞춤형 복지서비스 지원체계 구축 등이 담겨있습니다.

즉, ‘배제와 차별, 동정과 시혜를 넘어 장애인의 진정한 사회참여와 생존권을 보장하는 ‘권리보장한다’ 란 겁니다.

하지만 2017년 1월 24일, 야심차게 발의된 후 소식이 없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같은 해 3월 23일 한차례 전체회의 안건으로 타 법안들과 상정됐지만, 별다른 언급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다시 상정된 적은 없습니다. 물론 이번 2월 임시국회 테이블에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속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지난해 1월24일 발의 이후 계류 중이다.ⓒ화면 캡쳐

왜 이렇게 속도가 더딘 걸까요?

장애인권리보장법안 자체가 너무 방대하고 개별법과 출동하는 사항이 많아 쉽사리 건드리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복지위의 검토보고서를 확인해보니, ‘기본법의 수준을 넘어 구체적 정책 집행 사항까지 상세히 규정돼 있다. ‘정부조직법‘ 상 부처별 업무소관을 벗어나 장애인 복지에 관한 사안을 이 법으로 정하고자하는 문제 등 법체계적인 문제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습니다.

현행 의학적 손상이 중심이 되는 장애 개념을 사회적 요인까지 포함시키는 조항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장애인의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와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실정법 개념으로 수용 가능할지’ 의문이 남습니다.

관계 부처의 의견 또한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복지부는 “현행 제도 틀을 완전히 새롭게 개편하거나 기초연구가 불충분하고 기존제도와의 정합성이 없는 등 국내 여건이 미성숙한 과제가 다수 포함되어 법 시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행정자치부 또한 “신규 제도 도입 등과 관련해 재원 대책 없이 추가적으로 지방재정 부담을 야기하는 정책의 도입은 수용 곤란하며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라고 밝혔습니다.

입법예고 등록의견에서도 무려 2242건의 ‘반대’의견이 달려있는데요. 물론 동일한 사람들의 중복 의견이 많지만, 이들은 ‘복지 포퓰리즘’,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장애인 거점병원 지정 반대’ 등의 이유로 권리보장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발의된 권리보장법안, 그대로 통과 힘들어’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확인해본 결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계획에 발맞춰 하반기 장애인권리보장법 민관협의체 구성을 준비 중이라는데요. 그에 앞서 현재는 전문가, 학계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연구회를 꾸려 법안 내용을 진행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발의된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을 있는 그대로 통과시키기에는 검토할 것들이 많다. 또 비슷한 장애인기본법이 발의된 상태여서 법안을 살펴보고 수정, 보완할 부분이 어떤 건지, 정부입법을 따로 진행할 것인지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민관협의체를 꾸리게 되면, 보다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장애계 위원들도 다양하게 구성할 계획이고요.

장애인권리보장법연대가 지난해 12월1일 출범, 본격 활동 돌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에이블뉴스DB

오랜 시간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염원하던 장애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지난해 12월1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권리보장법연대’를 출범, 본격 활동 돌입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제정을 위해 전국 순회하며 설명회, 정부 여당에 논의테이블 마련을 촉구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바 있었죠.

한국장총 권재현 정책홍보국장은 “밀린 현안이 많다보니 상임위에서도 논의가 잘 안 되고 있고 당장 제정할 상황도 못 된다”며 “대표발의한 양승조 위원장도 지방선거 출마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 함께 공동발의한 의원들을 찾아가 법안에 대해 계속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법률위원회를 꾸려 정부가 올해 안에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5월부터 권역별로 장애인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법안 설명회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이블뉴스가 확인해본 결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장애계의 관심이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연말에는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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