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염전노예사건 항소심제기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인권단체 관계자들이 국가의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릴 것을 사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인권단체들이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항소심을 제기하고 사법부를 향해 장애인인권이 보장되는 판결을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2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염전노예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염전노예사건 공대위)는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염전노예사건은 지난 2014년 1월 28일 전라남도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임금체납과 감금, 폭행으로 혹사당하던 장애인 2명이 경찰에 구출된 사건이다.

피해 장애인들은 염전의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유일한 통로인 선착장까지 여러차례 도망갔으나 선착장에서는 표를 팔지 않았고, 염전주에게 돌려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피해자들 중 일부는 염주가 안보는 틈을 타 관할 파출소로 도망으나 피해자들의 '도와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도움은 주긴커녕 염전주를 다시 불러 피해자를 학대의 현장으로 되돌려보내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15년 11월 염전노예사건 공대위는 피해자들(시각, 청각, 지적장애인)이 처한 상황을 묵이하고 방조한 점에 대해 피해자 8명을 원고로 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2회의 긴 변론기일 공반 끝에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이 났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법원은 원고 8명 중 단 1명에게만 경찰의 위법행위를 인정해 국가가 위자료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일부승소 판결을 낸 것이다.

이는 마치 앞으로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면죄부를 주는 판결과 다름 없다는게 염전노예사건 공대위의 주장이다.

(왼쪽부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조주희 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신안군의 공중보건의가 장애인들이 염전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음을 알고 지역행사에서 경찰 고위간부에게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외지인은 가만히 있다 가라'는 답을 들었다"면서 "이처럼 경찰은 염전노예사건을 알면서도 벙차하고 묵인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이런데도 1심판결은 염전노예사건의 국가책임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고 세차례에 걸쳐 경찰에 구출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한 원고 1명에 대해서만 인용을 했다"면서 "1심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고 항소심 판결에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더욱 엄중히 추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우리가 (1심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염전노예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1심 재판부는 염전노예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지 않았지만 2심에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조주희 팀장은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원고 8명 중 오로지 1명에 대해서만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안일하기 그지없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우리는 장애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사법부의 낮은 인권의식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의 판결에 국가는 과연 눈꼽만큼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고 있는지 진정 묻고 싶다"고 말한 후 "장애인을 외면하는 사법부는 각성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염전노예사건 공대위는 지난달 25일 1심 판결에 불복하고 국가배상청구소송 항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