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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보장’ 의지 없는 국토부

공익소송 변론서 “2019년까지 연구 진행” 도돌이표

운수회사 측도 책임 떠넘겨…“강력한 투쟁 진행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7-14 14:58:42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공익소송이 1심을 거쳐 현재 2심까지 3년간 진행 중이지만 재판 과정이 암담 그 자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측에서 여전히 “2019년 9월까지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표준모델 연구를 진행 중”이란 것 외에 그 어떠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

운수회사인 금호고속 측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먼저 종합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정부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사실상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이동권 보장은 물거품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제30민사부는 14일 오전 서관 310호 법정에서 ‘교통약자들의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 변론을 진행했다.

이 소송은 장애인, 노인, 영유아동반자 등 5명이 ‘교통약자가 시외구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버스가 도입되지 않아 편의를 제공해달라’며 국가, 지방자치단체, 버스회사 등 총 8곳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 소송이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1심 재판부는 교통 사업자의 책임만 일부 인정할 뿐 국토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교통행정기관에 대해서는 “이동편의 증진계획에서 저상버스 등의 도입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은 위법하지 않다”며 저상버스 등의 도입 포함 부분은 기각했다. 이에 즉각 항소, 현재까지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이동권소송연대는 “교통약자들이 차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50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변론에서는 정부 측은 물론이고 운수회사까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 큰 분노를 일으켰다.

이날 재판부는 “국토부 장관이 새로 취임하셨는데 향후 장애인 교통이동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이나 방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국토부 측 변호인은 “올해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표준모델)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 결과가 나와 그 뒤에 구체적 계획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국토부가 지난 2월 확정한 ‘제3차 이동편의증진계획’ 속 총 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하는 내용이며, 1심 판결 이후에도 바뀐 것 하나 없는 도돌이표 상태에 불과하다.

금호고속 측 변호인 또한 “국토부에서 얘기한 것처럼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교통약자에 대한 종합적인 체계를 수립하고 연차별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 후 그에 맞춰 운수회사가 부담할 부분은 무엇이고, 지자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가서 추진하는 것이 교통약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이날 쟁점은 교통안전공단의 ‘휠체어 탑승설비 튜닝 승인’ 여부였다. 앞서 5월 진행된 공판에서 원고 측 임성택 변호사가 “교통안전공단의 매뉴얼을 보면 휠체어 탑승설비의 튜닝을 승인하도록 하고 있다”며 주장했으며, 이후 공단 측에서 실제로 10여 년간 233대의 튜닝이 승인된 사실조회를 제출했다.

하지만 금호고속 측 변호인은 “사실조회 결과가 단순히 튜닝 했다만 나와 있어서 안전성이 담보된 것은 아니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한 적이 있는지 사실조회를 추가로 하고 싶다”며 “공단 측에 구두로 확인한 결과 담보를 못 한다고 하더라. 추가적 사실조회 결과가 나오면 그 때 정확히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안전성 부분을 문제시 했다.

지난 6월 이동권소송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총 500장의 탄원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6월 이동권소송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총 500장의 탄원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에이블뉴스DB
재판부의 조정 의사를 묻는 질문에 금호고속 측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응답했으며, 명성운수는 “9월 30일 2층 저상버스를 2대를 납품받을 예정”라며 긍정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변론에서는 원고 측이 준비한 준비서면을 피고 측이 받아보지 못해 오는 9월1일 오전 10시 30분 다시 기일을 잡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교통약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라고 하게 된다면 실효성 있는 판결로서 의미가 있는지, 실질적으로 집행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일단 준비서면을 받아본 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날 변론을 방청했던 이동권소송연대 관계자들은 “국토부는 언제까지 연구만 할 것이냐. 너무 화가 나고 참담한 실정”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정책조직국장은 “정부 측에서 계속 연구만 진행한다고 해서 답답했다”며 “저상버스 한 대 비용이 1억이다. 80억원의 연구 예산으로 80대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 사실상 연구가 끝나고 나서 실제적 저상버스가 개발될 때까지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어 “정부부터 변화해야 한다. 연구만 하지 말고 구체적 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장애계에서 다함께 강력히 투쟁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조주희 인권센터 팀장은 “탄원서를 500장이나 제출했는데도 별 효력이 없는 것 같다. 국토부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국토부 소속 위원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장애계가 힘을 합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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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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