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이형숙 위원장이 광화문 1번가 직원에게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로 인해 4년 전 숨진 고 박진영씨를 추모하고 장애등급제 폐지의 확답을 받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3개 단체는 3일 광화문 1번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인수위원회 격인 광화문 1번가에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장애등급재심사 즉각 중단, 장애등급제 완전폐지 및 개인별 지원체계 구축, 장애인복지법 폐지 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보전 등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박진영씨는 지난 2014년 7월 3일은 등급 외 판정을 받고 경기도 의정부 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간질장애로 판정을 받고 2009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수급비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던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다름아닌 장애등급제도.

간질장애의 경우 3년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과거 간질장애 3급이었던 박씨는 2010년 재심사에서 4급으로 하락했다.

생사의 저울인 장애등급제는 가난한 장애인 박씨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2013년 재심사에서 아예 장애등급이 나오지 않는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후 박씨는 국민연금공단 등을 규탄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장연은 "장애등급심사 제도의 취지는 부정수급자를 판별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2007년부터 2010년 3월까지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은 9만 2817건 중 무려 36.7%가 기존 등급보다 하향돼 장애등급을 받았다.

또한 심사 업무가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센터로 이관된 2011년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등급 외 판정 비율이 3%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 2011년 이후에는 17%로 늘어났다. 등급 외 판정은 말 그대로 법이 정한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고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물론 각종 감면 할인제도에서도 배제된다는 뜻이다.

전장연은 "문 대통령이 박씨를 극단의 선택으로 몰고 간 장애등급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면 현행 의학적 손상에 따른 장애등급 심사와 재심사를 중단하고, 신규 등록 장애인에 대한 장애등급심사가 불가피 하다면 최소한 기존 등록장애인에 대한 재심사는 반드시 중단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왼쪽부터)노들장애인야학 김명학씨,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이형숙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날 노들장애인야학 김명학씨는 "박진영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년이 됐지만, 박진영씨를 숨지게 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폐지되지 않고 꿈쩍도 안하고 있다. 광화문 농성장에서도 5년째 농성을 하면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외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더 이상 나쁜 제도 때문에 동지들을 잃을 수 없다. 장애등급제로 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가열차게 투쟁을 했으면 좋겠다. 두 제도가 폐지되는 날까지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은 행정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 기준으로 인해 광화문 지하 농성장에는 영정사진만 13개가 놓여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제도 때문에 희생됐다"면서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법으로 복지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가난을 피하기 위해 죽는 현실은 유지될 것이다. 두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이형숙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이던 2012년과 2017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폐지를 요구했고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문 대통령은 약속 이행에 대해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광화문 1번가를 만들었지만 정작 두 제도의 폐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않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은 두 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폐지를 위한 확답을 받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3일 광화문 1번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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