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접근을 위한 무대 경사로 대신 휠체어리프트가 갖춰진 공연장 모습.ⓒ에이블뉴스DB

“장애인은 무대에 오르면 안 되는가?” 공공시설 무대 접근성을 지적하며 경사로 의무화에 힘써왔던 중증장애인 조봉현(58세)씨의 투쟁이 4년 만에 결국 이뤄졌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조 씨의 요구했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입법예고한 것.

조 씨의 눈물겨운 ‘경사로 의무화’ 투쟁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시작됐다. 조 씨는 법제처의 국민행복을 위한 법령정비 아이디어 공모전에 ‘공연장 등 공공시설의 장애인 불편사항 해소’라는 주제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편의증진법)’ 개선 방안을 제출했다.

‘공연장·강당·회의실 등을 갖춘 공공 및 공중시설이 장애인 등 이동약자가 무대, 단상 등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의 심사 결과 우수상을 수상했고, 조 씨는 이 주제에 대해 법제처에서 프리젠테이션까지 진행했다. 이후 법제처에서는 복지부가 당연히 시행을 한 것으로 알고 국민참여입법시스템 홈페이지에 우수 개선사례로 소개까지 했다.

그런데 복지부는 지난해까지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이유 없이’ 개정을 시행하지 않았다. 답답했던 조 씨는 이 과정에서 3차례나 복지부에 채택제안 이행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무대접근성 보장’ 내용의 편의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문제점이 발견됐다. 개정안 부칙에서 시행령 개정 후 새로이 착공하는 시설에만 적용되고, 기존시설은 제외됐다. 또 경사로 설치 대상이 ‘관람장’은 명확하지 않았다. 결국 하나 마나한 개정이 돼 버린 것.

바로 조씨는 “기존건물에 대한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지 않고 기존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입법오류다‘라고 지적, ’기존 시설의 무대 접근성도 개정해야 한다‘며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등과 의견을 제출했다. 복지부의 답변은 ’수용 곤란‘. 개정안에 대한 찬반이 아닌 추가 개정을 건의했다는 이유였다. 조 씨는 지난 3월 개정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통해 마지막 칼을 갈았다.

“입법제안이 있은 후 이유도 없이 수년간 방치하였다가 이제 겨우 입법안을 마련하면서 부칙안의 어이없는 입법실수로 실제로 모든 장애인들의 이용해야 할 대부분의 기존 시설들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였기 때문에 불편해소는커녕 오히려 불편고착이라는, 오히려 안하는 것만도 못하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개정은 장애인 편의증진이 아닌 장애인 불편고착으로 개악되어가고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라도 바르게 개정하여 달라는 것입니다. 이번 개정에서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복지부가 지난 16일 재입법예고한 편의증진법 시행령 개정안.ⓒ화면 캡쳐

결국 복지부는 조 씨의 끈질긴 투쟁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16일 조 씨의 의견을 받아들인 편의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한 것.

개정안은 무대 경사로 설치대상을 공공청사 등의 강당, 공연장 및 집회장 등으로 구체화시켰으며, 기존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개정안 시행 후 2년 이내 무대 경사로를 설치토록 했다. 입법예고는 오는 6월 25일까지 진행된다.

조씨는 “그동안 입법투쟁 과정이 너무 외롭고 힘들었지만, 이제라도 저의 제안취지가 충분히 반영되고 입법오류 부분까지 바로잡아 재입법이 이루어짐으로써 전국의 많은 장애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할수 있게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법이 개정되면 모든 공공기관들이 법정 편의시설 갖출수 있도록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시설개선 촉구 운동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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