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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뒤흔든 ‘활동보조 수가 전쟁’

내년 정부안 9000원 동결, 장애계 연이은 분노

국회서 9240원 확정…활보 투쟁 멈추지 말아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12-28 16:58:14
내년 활동보조 수가 동결 소식에 장애계단체들은 대정부 투쟁을 통해 여러 차례 국회와 정부를 압박했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내년 활동보조 수가 동결 소식에 장애계단체들은 대정부 투쟁을 통해 여러 차례 국회와 정부를 압박했다.ⓒ에이블뉴스DB
[2016년 결산]-⑧ 활동보조 수가

올해 2016년 장애계의 시작과 끝은 ‘투쟁’이었다.

정치참여가 물거품 된 제20대 국회에 대한 범장애계 투쟁을 시작으로, 30도가 넘나드는 더위 속 발달장애 부모들의 릴레이 삭발, 활동보조 수가 동결에 대한 삭발, 1인 시위, 12일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장애계는 시국선언을 통해 국가적 이슈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외이동권, 장애등급제 등 풀리지 않는 장애계 숙제에 대한 투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여덟번째는 하반기 장애계를 뒤흔든 ‘활동보조 수가’다.


하반기 장애계를 뒤흔든 사건 하나를 꼽자면 단연 ‘활동보조 수가’다. 8월말부터 12월까지 장애계는 기자회견, 삭발, 단식농성까지 치열하고도 처절한 전쟁을 치렀다.

현재 수급자 6만1000명, 지원인력 5만4000명으로 장애인 자립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제도지만, 시간당 수가는 최저임금 인상 수준도 따라오기 힘들다. 이에 매년 장애계는 1만원 이상으로 현실화를 거듭 외쳤지만, 지난 8월23일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내년 정부안 속 활동지원서비스 수가는 올해와 마찬가지인 9000원으로 동결됐다. “수가 생각하면 밤에 잠도 안 옵니다”는 보건복지부 담당 사무관의 노력도 콧대 높은 기재부를 꼬시긴 힘들었나보다.

9000원의 수가활동보조인의 임금 75%, 제공기관의 25% 수수료를 포함한 것으로, 활동보조인은 약 6800원정도의 시간당 임금을 받는다. 사지마비로 꼼짝하지 못 하는 최중증장애인을 안고 업고, 씻기고, 가사분담까지 해야 하는 노동 강도에 비해 턱 없이 적은 금액이다. 최소한 최저임금, 각종수당을 지급받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받으려면 기본 1만1000원의 수가가 필요했다.

제공기관 또한 근로기준법 등과 같은 노동법을 준수하지 못해 범법자로 내몰렸다. 결국 최대의 피해자는 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인이 되는 처절한 현실을 알 리 없는 기재부는 복지부가 제안한 9900원의 예산안을 싹둑 잘랐다.

“또 누구 하나 죽어야 합니까, 활동보조 수가가 동결되면 우리는 결국 방구석에서 나오지 못한 채 천장만 봐야 합니다”

단단히 화가 난 장애계는 8월29일 투쟁의 막을 올렸다. 정부예산안이 확정돼 국회로 넘겨진 만큼, 정부를 향한 비판과 함께 국회 증액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주축인 장애인활동지원제도제공기관협의체(이하 협의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도 각각 기자회견, 무기한 1인시위 등을 진행하며 정부와 국회를 압박한 것.

이에 보건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현실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협의체와 수가 현실화 논의를 위한 TF를 구성하며 장애계에 응답했다. 국민의당도 수가를 1만1000원으로 인상시킨 자체 예산안을 편성해 장애계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다.

활동보조 수가를 1만1000원으로 현실화 시킬 것을 요구하는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의 팻말.ⓒ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활동보조 수가를 1만1000원으로 현실화 시킬 것을 요구하는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의 팻말.ⓒ에이블뉴스DB
하지만 그것도 잠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며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됐다. 수가 1만1000원을 요구하는 장애계도 허탈감과 분노로 뒤덮였다. 조 단위까지의 국가 예산을 주무르던 최순실, 수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예산이 없다“고 묵살시켜버린 정부를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

10월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000원에서 9800원으로 수가를 인상했지만 장애계는 단체 삭발과 단식농성으로 이에 맞섰다. 국회 예산안 심의가 끝나는 12월2일까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 안진환 상임대표와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호 소장이 국회가 보이는 이룸센터 앞 천막농성장에 돗자리를 깔았다.

12일간의 농성의 끝은 240원 인상에 그쳤다. 하루를 넘겨 12월3일 국회를 통과한 활동보조 수가는 9240원이었다. 이들이 요구했던 1만1000원, 복지위에서 의결된 9800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수염으로 거뭇거뭇 뒤덮인 얼굴, 단식으로 인한 10kg 감량의 고통을 겪은 이들은 ”이렇게 했기 때문에 240원이라도 올랐다“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수가 싸움보다는 제도 개선을 통해 수가를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겠다며 시원섭섭한 천막을 접었다.

혹자는 ”고작 240원에 만족하냐?“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장애계는 그만큼 처절하고 절실하게 수가 전쟁을 치렀다. 금액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 작은 금액을 인상하기 위해 75일간 천막농성을, 단식을, 뜨거운 햇볕 아래 1인 시위를 통해 얻어낸 소중한 성과다. 내년에 더욱 힘찬 전쟁을 치를 식량을 마련했다고 정리하면 좋을까? 누구보다 치열한 전쟁을 치른 만큼, 조금 휴식을 누리고 2017년 활동지원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말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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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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