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과 탑승을 막아선 버스회사 관계자들. ⓒ에이블뉴스

지난해 7월 장애인 시외이동권 투쟁 역사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 판결이 나왔다. "버스회사는 시외버스·시내버스 중 광역급행·직행좌석형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승·하차 편의를 제공하라"는 명령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25일 오전 11시 서초구 센트럴시티고속버스터미널에서 첫 공개된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이런 판결을 무색하게 했다.

공개된 프리미엄 고속버스에는 휠체어 이용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돕는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프리미엄 고속버스 광주행 티켓을 구매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소속 회원 20여명은 승차권을 제시하며 고속버스에 탑승하게 해달라고 버스회사 측에 요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이유다.

승차권을 구매한 한 전장연 회원은 승차홈을 떠나려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붙잡고 "여기에 승차권이 있다. 나를 태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버스회사 직원들은 버스 입구를 가로막고 장애인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승차권을 높이 들고 흔들면서 "우리를 태워서 가라"고 재차 요구한 것과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을 설명하면서 장애인도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승차홈을 벗어나자 분개한 전장연 회원들은 버스를 잡으러 갔지만 경찰병력에 의해 가로막혔다. 버스를 잡으려는 전장연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 간의 충돌이 벌어졌고 실랑이는 20여분 간 이어졌다.

(왼쪽부터)전장연 박철균 기획국장, 서초한우리정보문화센터 김문정 사회복지사,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 전장연 이정훈 정책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장연 박철균 기획국장은 "버스회사는 장애인의 요구는 외면하고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신속하게 도입했다. 돈벌이에만 신경을 쓰고 장애인의 권리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는 분명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다. 장애인들도 프리미엄 고속버스에 타고 싶다. 버스회사와 정부는 장애인의 시외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서초한우리정보문화센터 김문정 사회복지사는 "우리나라에는 고속버스가 수천여대가 있지만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버스는 단 한대도 없다. 프리미엄 고속버스 역시 탑승 시설이 없어 이용할 수 없다"면서 "장애인이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교통사업자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해 탑승설비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업자들은 법이 정한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교통행정기관은 교통사업자가 탑승설비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지 심사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재정지원을 할 의무도 있지만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소송과 입법을 통해 교통사업자와 교통행정기관이 의무를 다하도록 해야한다.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장연 이정훈 정책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이동편의 증진법은 장애인의 시외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자신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장애인으로 하여금 언제까지 더 방구석에 있게 할 것인가. 끝까지 싸워서 모든 고속버스에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노동당, 녹색당 관계자들이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떠나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붙잡기 위해 경찰과 대치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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