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조모씨. 그는 “복지 정책 체감이 안 된다”며 발달장애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에이블뉴스

가만있자, 우리 수연이를 키운 지 벌써 35년째란 말이에요. 한참도 오래된 이야기지. 1981년 10월9일 한글날에 태어났거든요. ‘공부를 잘 하겠다’ 싶었지. 아이고, 근데 이눔이 원인도 모르는 장애아라는 겁니다.

한 살 때부터 경기를 하더라고, 소위 말하는 간질이라고 보면 되지. 그 당시엔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에 딱 1명씩 의사가 있었단 말이요. 새벽 5시에 병원에 가서 접수시켜도 5시간이 지나서야 예약이 잡히더라고. 지 엄마하고 내가 참 고생 많이 했어요.

근데 이눔이 7살이 되도 언어가 안 됩디다. 4살 때부터 언어훈련을 시켰는데 효과도 없고, 언어훈련사한테까지 맡겼는데, 별반 변화가 없더라고. 속상하지, 많이 속상했어요. 의사들은 위로 한다는 말이 “공부 못 하면 좀 어떻습니까? 말은 될 거에요” 하더군요. 그런데 지금 우리 수연이가 35살인데 아직도 네다섯 살 수준도 안 된다고.

수연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아마 5년 전 서울에 물난리가 났었죠. 복지관에서 끝나고 혼자 귀가하는데, 국철이 운행 안하니까 아무거나 3호선을 쭉 타고 일산까지 가버린 겁니다. 이눔이 올 때가 되도 안와서 전화를 했는데. 아이고, 또 이눔이 당황하면 전화를 안 받아. 다행히 역무원이랑 통화가 되서 승용차를 몰고 데리러 가는데, 차도 막히고 내 속은 타고. 이눔을 끄집어내서 돌아오니까 밤 12시더라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복지관 이용 기간 규정’이요. 한 복지관에서 적응할 만하니까 5년이 지났다고 옮겨야 한다더군. 전철타고 수연이가 왔다갔다 이제 적응 좀 할라하니 그러대. 그래서 부모단체에 전화를 했단 말이요. 전혀 모른다네. 전문가를 연결시켜준다더니, 전문가란 사람도 “정부에서 돈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그런 소리만 하더라고요. 화가 나서 보건복지부에 전화를 했어요.

한 달이나 지나서야 ‘정부 자체적으로는 그런 규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요. 복지관 측에서는 대기자가 많고 그런다지만, 내 나이가 벌써 67세요. 아이가 혼자 못 가서 일일이 손잡고 데리고 다니는데 가끔 힘이 부친단 말이요. 오늘도 오후 3시에 아이를 데리러 복지관으로 가야 혀요. 어쩌겠어요, 아직도 늙은 부모가 이렇게 다녀야 한다고.

장애 부모들은 다 이런 소리를 한다죠? “내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할 텐데.” 60이 넘어가니까, 이눔 걱정이 되더라고. 지 오빠한테 맡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그래서 5년 전에 법을 살펴보고, 신탁회사에 전화를 했어요. 6억 원 정도를 제시했는데, “안돼요”라는 답이 오더라고요. 금액이 적단 겁니다. 일반서민이 사회생활 37년 해서 재산을 얼마나 더 많이 모을 수 있겠소? 기획재정부에도 전화했는데 콧방귀도 안 뀝디다. 아이고, 이눔들아, 알아보는 내가 바보다. 그 뒤로 안 알아봤죠, 허허.

부모들이 희망하나만 갖고 나아질거야, 그런지가 벌써 35년이야. 그때는 복지예산 조차도 없었지. 노무현정부 들어서며 복지예산이 많이 늘었다지만, 우리 애들을 위한 정책이 있는지 체감이 안돼요. 시설도 복지관도 대기자가 많다고요. 소득보장? 한 달 20만원 나와요, 허허. 그저 장애인을 키우는 부모의 신세한탄일 뿐이요. 들어줘서 고맙소. 내년이면 나아지려나. 내 나이도 한 살 더 먹겠지. 씁쓸하오, 참.

* 이 글은 1급 지적장애인의 아버지 조 모 씨(67세)의 이야기를 토대로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기사 속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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