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따라 버스안내음성의 음량이 줄었다 늘었다 반복하는 세곡중·세명초 앞 정류장. ⓒ네이버 화면캡쳐

"버스정류장의 안내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정류장의 음성이 크다는 이유로 민원이 접수되면서 시청이 정류장의 버스안내 음성을 줄였기 때문입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버스가 도착시 제공하는 정류장의 안내음성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제모씨가 이러한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초 평소처럼 출근을 하기 위해 강남 세곡중·세명초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제모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평소처럼 들려야 할 버스도착 안내음성이 잘 안들렸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안내음성이 안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부터다. 음성안내가 없으면 출근을 할 수 없는 그는 결국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시청은 정류장의 안내음성을 제모씨가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높였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일주일 가량 뒤에는 그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안내음성이 줄어있었다.

알고보니 인근 아파트 주민이 버스정류장의 음성안내 소리가 크다면서 민원을 제기했고, 시청에서 버스정류장의 안내음성 소리를 줄인 것. 이 때부터 정류장 안내음성 소리를 두고 제모씨와 지역주민 간의 민원제기 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소리를 줄여달라는 민원과 제모씨가 소리를 키워달라는 민원이 수차례 오고갔다.

지난 3월에는 제모씨가 도저히 안내음성의 소리가 작아 정류장을 이용할 수 없다고 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시청 공무원은 제모씨에게 "버스안내 음량의 크고작음을 두고 민원을 제기하지만 적정한 기준이 없어 그 때 마다 조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버스정류장의 안내음성이 나오지 않아 피해를 입기도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음성안내가 나오지 않았고 그는 정작 타야할 버스가 아닌 다른 것을 탔다. 결국 목적지와 떨어진 곳에서 내렸고 경찰차를 타고 출근을 해야만 했다.

문제가 되는 세곡중·세곡초 앞 버스정류장은 총 2곳이다. 정류장은 아파트 단지와 밀접한 곳과 아파트 단지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제모씨가 민원을 제기한 정류장은 아파트 단지와 떨어진 곳으로 아파트 주민에게 피해를 끼치기 힘든 위치에 있다.

제모씨는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정류장에서 민원이 발생했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하지만 내가 출근길에 이용하는 정류장은 아파트 단지와 상당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면서 "단지 정류장의 안내음성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시청 공무원은 민원에 따라 음성안내 소리의 음량을 높였다 줄였다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안내음성의 음량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시청은 나같은 피해를 입는 시각장애인이 없도록 안내음성 음량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청 버스교통과 직원은 "인근 아파트 주민은 새벽 4~5시쯤 들리는 버스안내음성 음량이 커 잠을 잘 수 없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다. 이 시간은 차량이 다니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내음성이 크게 들릴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민원에 따라 안내음성의 음량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마다 청력이 다 다르다. 적정한 음량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을 비롯한 사람들의 청력을 다 측정해 평균값을 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민원이 들어오면 버스안내음성의 음량을 줄이거나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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