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지역 8개 장애인단체가 22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박종태

“장애인 활동보조인들 검찰 송치 너무 억울합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등 8개 장애인단체가 22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는 검찰에 송치된 활동보조인과 이용인 보호자가 부당함을 호소하며 울먹였다.

최근 김포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와 노동자(활동보조인)를 대상으로 벌여 온 복지 부정수급 수사를 종결, 검찰로 송치했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진 정확한 인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다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활동보조인으로 일한 지 4년이 된 김금녀 씨는 “이용자가 휠체어에서 내리면 꼼짝을 못하기 때문에 안아서 뉘어주고, 불편하다고 하면 수시로 자세를 바꿔준다”면서 “잠잘 때에도 코골이가 심하고, 가끔 숨을 못 쉬는 때가 있어 두 시간에 한 번씩 깨워줘야 하는 등 행여 이용자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숨소리까지 관찰하며 밤을 지새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용자가 지방가면 따라가고 어디든지 옆에서 보조를 하고, 종일 걸어 다니기도 한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일도 많고 눈비 맞으며 내가 일하는 날이면 그곳이 어디든지 따라 갔다”면서 경찰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대한 인식 부재를 지적했다.

검찰 송치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활동보조인 김금녀씨. ⓒ박종태

“경찰에서 나에게 어떻게 남자를 따라서 몇칠씩 나다닐 수 있냐고, 어떻게 남자 집에서 밤을 샐 수 있냐고 한다. 아무리 장애인이라 해도 남자인데 소변과 대변을 받아내고 목욕시키는 것이 가능하냐고, 그것도 여자가 어떻게 아무남자나 해줄 수 있냐고 했다. 제 이용자는 언어가 잘 안되기 때문에 통역을 해야 하고, 보조가 없으면 살 수가 없는데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활동보조인들이 하는 일이 이용인의 생활 전반적인 모든 것인데 일을 가려서 할 수 있나?”

김 씨는 “저의 핸드폰과 이용자의 핸드폰 단말기 등을 추적하고, 여기는 왜가며 저기는 왜 가냐고 묻는 경찰은 조사를 받고 진술서에 사인을 하면 검찰로 송치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았다”면서 “(여성이) 남성 이용자를 보조하면 수치스러운 건가? 그것이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하는 일인가?”라고 비통해 했다.

김 씨는 또한 “그동안 힘들 때 마다 나는 전문가다 그렇게 최면을 걸면서 일했고, 자부심도 느꼈다”면서 “따라다니고 남자를 목욕시키고, 소·대변을 받아내면 부정 수급인가. 정당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죄인을 만드는 것이 이 나라가 할 수 있냐. 굳은 일을 하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달라”고 성토했다.

자녀의 활동보조인 검찰 송치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부모회 김포시지부 엄선덕 회장. ⓒ박종태

한국장애인부모회 김포시지부 엄선덕 회장도 자녀의 활동보조인이 검찰로 송치된 것은 억울하고, 부당한 처사라고 힘을 보탰다.

엄 회장은 “업무 특성상 주말캠프를 진행하기도 하고,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저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며, 늦은 시간까지 활동보조를 이용해야 할 때가 많았다. 지역 곳곳의 열악한 가정을 방문해야 하는 다양한 일정에 자기 몸을 돌 볼 틈도 없었다. 누군가가 그 일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3년 동안 아들에게 따뜻한 할머니처럼, 나에게는 든든한 친정어머니처럼 해주셨던 활동보조인 선생님이 누구보다 장애인가족 처우개선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런 선생님이 범죄인 취급을 받다니 너무 부당한 처우”라면서 “취조과정에서 심지어 ‘그렇게 엄마가 바빠서 애를 돌볼 수 없으면 시설에나 보내지, 왜 데리고 있냐’는 경찰관이 있다니, 이는 장애인과 가족을 사회의 암적 존재로 취급하는 묵과하기 힘든 막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엄 회장은 “이용자는 자기 집에서 서비스를 시작해서 자기 집에서 끝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냐고? 왜 교회를 갔느냐고? 왜 활동보조인 집에서 서비스를 종료했냐고 한다”면서 “활동보조 선생님의 집은 아들에게 또 다른 사회이며, 그곳에서 만나는 선생님의 가족들은 영진이의 보다 넓어진 세상이다. 교회는 더욱 그렇다. 우두커니 집에 앉아 활동보조 선생님과 텔레비전만 보면서 엄마를 기다려야 하냐”고 되물었다.

여기에 “(이 같은 수사는) 허점이 많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개선을 위해 사례조사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지, 열심히 일하고 일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는 활동보조인들 모두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으로 종결지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리를 함께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활동보조인들이 무슨 죄를 지었냐. 박봉에도 당당하게 떳떳하게 일을 하고 살았는데 뭐가 문제냐. 활동보조인 여러분이 당당한 만큼 여러분과 권리를 이야기하고,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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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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