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의 한국가톨릭장애인사목협의회 설립 20주년 기념 미사 봉헌 모습. ⓒ박종태

각 장애 유형별 천주교 신자들의 바람이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에게 전달됐다.

지난 7일 한국가톨릭장애인사목협의회(회장 홍흥근, 지도 김재섭 신부) 설립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대방동성당에서다.

이날 염 추기경은 미사집전 강론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10%에 해당하는 450만명 가량의 장애인이 있는데, 그들을 냉대하거나 단순한 동정의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사회에서 이들을 받아주길 꺼려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까지 교회는 손과 발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으로써 그들에게 손과 발이 되어주었고,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눈이 되어 주었고,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도 귀가 되어 주었다”면서 “이것이 바로 사랑에 치유다. 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기적이 아니라 사랑으로 기적은 치유 중에서 한계가 있지만 사랑은 한계가 없으며 언제나 가능하고 기적보다 더 위대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염 추기경은 “장애인들이 편히 살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교회에서부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장애인들을 더욱 배려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장애인들을 나와 같이 형제 또 자매로써 그들이 도움을 필요할 때 언제나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일이 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자”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이 모두를 사랑과 하느님에 자비로 대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고자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한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이준행 회장,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 김봉옥 회장, 한국가톨릭발달장애인부모협의회 최경혜 회장, 한국가톨릭지체장애인협의회 조용호 회장이 ‘교회에 바란다’를 발표했다.

사진 좌측부터 ‘교회에 바란다’를 발표하고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이준행 회장, 한국가톨릭농아선교협의회 김봉옥 회장, 한국가톨릭발달장애인부모협의회 최경혜 회장, 한국가톨릭지체장애인협의회 조용호 회장. ⓒ박종태

이준행 회장은 “시각장애인 신자들이 지역 본당에서 불편함 없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우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 신자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한 “성당에 나와서는 고해성사나 미사 중 봉헌, 영성체 때 불편함 없도록 안내자가 배치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각 성당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교회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옥 회장은 “각 교구 신학교에서 농아인 사목에 관심이 있는 신학생에게 농아인의 문화와 수화를 배울 기회를 주고, 이러한 양성이 농아인을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며 사목하는 전담 사제의 충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지방과 시골에도 하느님의 말씀을 잘 모르는 농아인이 많다. 그분들에게 교리를 전하고 교회 공동체로 인도할 교리교사가 부족하다. 농아인을 위한 교리교사 양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한 “선교 매체인 평화방송에 자막과 수화통역이 있다면 농아인의 신앙 교육과 선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가톨릭 의료시설의 우수성을 잘 알려져 있지만 상주하는 수화통역사가 부족, 농아 신자들의 애를 태운다”고 현실을 전했다.

특히 최경혜 회장은 “교구마다 장애인 전담 신부님이 계셔야하며, 지구별 장애부 주일학교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면서 “평생지원센터를 갖추고, 이를 통해 장애인 가족의 생에 주기별 프로파일링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성인기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단기보호센터, 위기가정의 쉼터, 중증 장애요양시설이 교회와 ‘명동성당’ 안에 만들어졌으면 한다”면서 “교회의 중심인 명동성당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신자가 함께 어우러지며 노래하는 곳의 중심이 된다면, 하느님 보시기에도 좋은 세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조용호 회장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봉헌, 영성체도 어렵고 고해성사를 보기는 너무 어렵다. 그리고 많은 중증장애인들은 매주 주일에 성당을 찾아가기에는 너무 어렵다”고 토로한 뒤 “본당에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한 좌석, 중증장애인들이 본당 미사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동서비스 등 장애인이 본당 활동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또한 “장애인들이 명동성당을 찾기에는 주차, 화장실, 성당 내 안내 등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개선해 장애인들 또한 하느님의 자녀로 편안하게 성당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각 교구사회복지회 내에 장애인 사목 전담사제와 전담 담당관 제도, 각 교구에 장애인사목을 위한 장애인사목 복지센터 확보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 같은 각 장애유형별 대표가 발표한 ‘교회에게 바란다’ 내용은 문서와 비디오로 염수정 추기경에게 전달됐다.

한편 기념식에서는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회원들의 수화노래, 대방동본당 발달장애인 주일학교인 대방동 솔봉이성가대 학생들의 찬양 무대 등이 펼쳐져 박수를 받았다.

한국가톨릭장애인사목협의회 설립 2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장애인 신자들. ⓒ박종태

주일학교인 대방동 솔봉이성가대 학생들의 20주년 기념 공연 모습. ⓒ박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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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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