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고양시버스터미널에서 열린 시외버스타기 퍼포먼스에서 한 장애인이 ‘장애인도, 노약자도, 임산부도 모두 버스탑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여름휴가의 피크점인 31일 오후. 폭염 속 고양시버스터미널에서 전국 50여명의 장애인들이 “여름휴가를 가고 싶다”며 절절히 외쳤지만, 버스는 비장애인만을 태운 채 유유히 떠났다.

교통약자가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들에게 남겨진 것은 시혜 어린 시선과 버스기사의 짜증뿐이었다. 시외버스를 타고 여름휴가를 가는 것은 진정 꿈에서만 있는 일이었던가.

하지만 최근 달라진 점은 있었다. 지난 10일,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소송 제기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며 위반”이라고 판시내린 것.

법원은 “버스회사 2곳은 시외버스, 시내버스 중 광역급행·직행좌석·좌석형버스에 승․하차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국가 책임이 빠진 일부승소를 내렸다. 국가 책임이 빠진 실질적 선고를 받은 버스운송업체가 교통약자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갔다.

연일 언론에서 ‘폭염 특보’라고 떠들어대던 이날 오후 2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 50여명은 고양시버스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성, 수원 등 미리 예매해둔 버스표 10매를 갖고 시외버스에 탑승을 시도했다.

하지만 ‘실패’였다. 엄연히 버스표가 있는 장애인 승객들은 몸으로 붙들고 항의했지만, 결국 떠나버린 버스. 올해 여름휴가도 그들에게 ‘그림의 떡’으로 남았다.

경상북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광 활동가(좌)와 민들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푸름 활동가(우)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경상북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광 활동가는 “한 달에 한 번은 고향에 가 부모님을 뵙고 싶지만 시외버스에는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고향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기차를 이용하는 것 이지만 배차간격이 길어 불편함이 많다”면서 “우리도 자유롭게 시외지역을 이동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들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푸름 활동가는 “우리들은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에 가 본적이 없다. 시외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장애인들도 시외버스를 탈 수 있게 돼 휴게소에서 파는 알감자와 옥수수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휴게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투쟁하자”고 전했다.

한편, 전장연은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해 기자회견, 탄원서 제출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장애인이 ‘자! 떠나요 버스타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31일 고양시버스터미널에 정차된 안성행 버스에 ‘서울, 부산, 광주, 찍고 버스와 GO! GO! ’라는 피켓이 걸려있다. ⓒ에이블뉴스

31일 열린 ‘시외이동권과 여행할 권리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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