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 이른바 ‘웰다잉(well-dying)법’이 발의되며 갑론을박이 뜨거운 가운데, 장애인계에서도 “일차적 피해는 장애인”이라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장애학회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새누리당이 연명의료결정법의 졸속적 제정을 중단하고 장애인계와 즉각 공론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7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제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근거를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최우선 되도록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연명의료 자기결정권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이번 제정안은 국내에서도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할지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린 첫 번째 법안인 것.

제정안에는 모든 성인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을지를 사전에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건강한 성인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관계 당국에 제출하면 되고, 임종 과정에 있거나 예견되는 환자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신청 및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담당의사의 확인을 거치면 된다.

만약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하고 의사 2명이 이를 확인하면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이 때 환자가 미성년이면 법정 대리인이 결정하고 의사 2명의 확인을 거친다.

다만 제정안은 천주교 등에서 호스피스 완화 치료도 병행하라고 요구하는 만큼 환자가 연명치료 중단과 호스피스 완화 의료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 법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환자와 보호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덜어준다는 찬성론자의 입장이 있는 반면,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반대론자도 있다. 이런 가운데, 장애계에서도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

학회는 “‘장애인으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식의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장애인에 대한 생명권 존중의 정도가 매우 미약한 한국적 상황에서 성년후견인이나 병원윤리위원회는 물론 때로는 가족조차도 장애인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며 “더구나 가족이 없는 상태로 시설에 거주해 법정대리인이 시설의 장으로 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생명권 보장은 더욱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에서는 의사능력의 문제와 관련해 미성년자의 경우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 미성년자가 아닌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명시적 조항도 두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학회는 “제정안에는 임종과정 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조항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법안과 함께 제출된 비용추계에서도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의 지정 등과 관련해 단 한푼의 예산도 책정되지 않았다”며 “임종과정 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없다면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일차적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졸속적인 법의 제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임종과정 환자가 공적 지원을 통해 연명의료 또는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후 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장애인계와 공론의 장과 함께 생명윤리 정책과 관련 전반에 장애인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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