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의 우주전투기.ⓒ희망법

지적장애인 탑승 제한으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에버랜드가 재판부의 화해권고결정을 끝내 거부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6월.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를 방문한 A씨(당시 만14세, 지적장애2급)는 낮은 속도로 움직여 부드럽게 멈추는 레벨2의 우주전투기 놀이기구에 탑승했다.

당시 에버랜드 직원은 탑승하려던 A씨의 보호자에게 “자녀분이 장애인인가요?” 물어보며 복지카드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고, 확인 후 “지적장애인은 부모와 함께 탑승하더라도 놀이기구 이용이 금지된다”며 하차를 요구했다.

B씨(당시 만 11세, 지적장애1급) 또한 같은 해 8월 같은 일을 당했다. 가족과 함께 우주전투기를 탑승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직원이 “지적장애인이시죠?” 물어봤고, 지적장애를 밝히자 일주일 전 사고를 이유로 탑승할 수 없다고 한 것.

이에 B씨는 에버랜드 고객센터에 사고 여부를 확인하니 우주전투기 놀이기구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없었다.

이 같은 사건에 지난해 12월19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이하 희망법)은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와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에버랜드(제일모직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차별시정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법정공방은 ‘평행선’만을 그었을 뿐이다. 지난 3월 1차 변론기일에서 제일모직은 “안전조치”라고 주장한 반면, 희망법은 “탑승제한은 비합리적”이라며 맞섰으며, 지난 5월 2차 변론을 통해서도 또 한번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해야만 했다.

특히 서로의 입장차가 명확한 부분은 정신적장애인의 탑승제한을 나타내는 에버랜드 측의 ‘가이드북’이었다.

사건 당시 가이드북 상에는 “우주전투기는 탑승 중 보호자의 통제가 어렵고 안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정신적 장애가 있으신 분은 보호자가 동반해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라며 장애인 차별 요소가 명확했던 것.

사건 이후 5월 에버랜드는 “우주전투기는 탑승 중 보호자의 통제가 어렵고 안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정신적 장애가 있으신 분은 탑승 전 근무자에게 먼저 문의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수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희망법은 여전히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소지가 있으므로 또 한번 수정을 요청했고, 지난 9일 재판부는 “우주전투기는 고공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시설로 자신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탑승전 근무자에게 주의사항을 문의하시길 바랍니다”로 수정하는 내용으로 화해권고결정을 내린 바 있다.

화해권고결정은 2주 뒤인 23일까지 이의신청이 없다면 확정될 예정이었으나 제일모직 측은 지난 19일 화해권고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과 함께 변론재개 신청을 한 것.

제일모직은 이 같은 이의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 ‘화해권고결정의 수정안으로는 고객의 우주전투기 탑승을 제한하기 어려워 고객 안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법 김재왕 변호사는 “화해권고결정에 이의신청을 한 에버랜드에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정신적 장애인을 잠재적인 과잉행동자로 보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에버랜드가 장애인차별문제를 인식하고 차별을 시정할 것을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재판은 재판부가 제일모직의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는 7월3일 선고가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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