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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1년, 상처로 얼룩진 발달장애가정

어머니, 학교·가해자 상대로 힘겨운 싸움의 연속

피해 아들, 자살시도까지…남편·딸은 딴 곳으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6-05 17:03:10
김재원(가명, 19세, 자폐성장애 3급) 군의 어머니 윤인숙(49세) 씨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지금도 아들이 학교에서 당한 폭행 사건을 생각하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이 아프다.

시간은 벌써 1년 다 돼 가지만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평화로웠던 가족의 모습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인해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대체 이 가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장애가정에 덮친 ‘비극’=사건은 지난해 7월 18일 윤 씨가 담임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으며 시작됐다. 안 좋은 일이 생겼다며 학교에 와달라는 것.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학교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아들이 폭행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 담임교사에 따르면 아들의 또래인 A군 등 3명이 쉬는 시간에 윤 씨의 아들을 책상에 엎어놓고 팔 등과 팔꿈치 등으로 허리와 등을 폭행했다.

문제가 발생하자 학교에서는 얼마 뒤인 7월 2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에서 발생한 한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앞두고 윤 씨는 아들에게 또 다른 폭행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요근래 교복 허리에 난 발자국과 팔에 난 멍자국이 이상했다. 머뭇거리던 아들의 입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상황도 구체적이고 자세했다.

“사물놀이를 하는 음악실로 쫓아왔다. 무서워서 도망갔는데 쫓아와서 양팔에 끼고 파란색 접의식 의자로 데려갔다. 앉기 전에 때리고 A군이 감독을 하고 다른 애들이 양팔을 잡고 마대로 주리를 틀었다.”

얼마나 아팠냐고 물어보면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아팠다”는 말에 윤 씨는 아무생각도 안 났다. “잘 자라서 그런 일을 당한다고 생각해도 마음이 아픈데 지금도 그 때 얘기만 하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생각보다 컸다. 담임교사가 목격한 학생들 외에 입에서 거론된 학생들에 대해서는 방학을 앞둔 상황에서 조사할 시간이 부족해 방학이 끝난 다음 2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당시 1, 2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윤 씨가 요구했던 것은 3가지였다. 아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A군의 전학과, 가해학생과 부모의 전문 의료기관 진단 및 심리치료 3개월, 학교장 사과. 하지만 어떤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씨 딴에는 많이 배려해서 내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딱 잘라 “전학은 빼고 얘기하라”고 했다. 전문 의료기관의 심리치료는 “돈이 드는 얘기라 안 된다”고 했다. 학교장 사과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학교는 1차에서 A군 등 2명에게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금지, 심리치료 5시간과 출석정지 5일을 지시했다. 문제를 일으킨 B군에게도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금지, 심리치료 5시간과 출석정지 3일 처분했다.

2차에서는 1차에서도 처분 받은 A군에게 또 출석정지 3일, C군 등 3명에게는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금지, 교내봉사 3일, 심리치료 5시간을 지시했다. 또 다른 학생 3명은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돼 처분을 받지 않았다.

폭행 사건 이후에도 ‘가시밭길’ 여정=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지난해 8월 11일 재심을 경기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청구했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여러 가지 의견을 종합해 심의한 결과 학교장의 결정이 적정하다고 인정된다는 말이다.

얼마 뒤인 9월 2일에 청구한 2차 재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2차 재심에서 경기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을 종합해 심의한 결과 학교장의 결정이 적정하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윤 씨는 여러 가지 의견이 궁금했다. 경기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먼저 답변서에서 “재심청구서 및 증빙서류, 학교장의견서 및 기타 증빙자료, 가해학생 측 의견서를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고입을 목전에 둔 A군의 전학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조치로 판단 된다”고 말했다.

또한 “C군 등 3명은 우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잘못된 행동을 뉘우치고 학부모 또한 피해자 부모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로 화해한 점을 참작해 보면 처분을 내린 학교장의 결정이 적정하다고 인정돼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씨는 이상했다. 윤 씨는 가해학생의 어머니 중 3명을 만나 2명의 어머니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을 뿐 가해학생과 그 부모들로부터 어떠한 사과의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사과를 한 2명의 어머니도 진정성이 없어보였고 나머지 1명의 엄마는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우리 자식 빨간 줄 가게 생겼다”고 하면서 오히려 화를 내기까지 했다는 것.

의문이 생긴 윤 씨는 위원회를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 여성가족국 아동청소년과에 전화해 무엇을 근거로 작성된 지를 물었고, 담당자로부터 ‘학교장 의견서’에 그런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에 대해 윤 씨는 ‘사과를 받고 화해했다’는 허위사실을 답변서로 제출한 교장 등 3명을 올해 4월 29일 ‘허위 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고양경찰서에 고소했다.

경기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의 재심결정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해 12월 30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재심결정취소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윤씨는 아들을 괴롭힌 A군 등 10명을 지난해 10월 2일 경기도지방경찰청에 고소한 상태다.

지금도 윤 씨는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찾아다니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몇 달간 잠 안자고 타이핑한 녹취록에는 그 간의 흔적들이 낱낱이 적혀져 있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가정 ‘몫’=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가족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가족의 모습은 이전과는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피해학생 상처는 컸다.

좋아하던 학교는 어느새 불안과 공포로 바뀌었다. 학교 폭력이 있은 직후부터 7월 24일부터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치료를 받았지만 지속적인 불안과 수면장애에 시달렸다.

“원래 라디오를 듣는 걸 좋아하기는 했는데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볼륨을 최대로 해놓는 거예요. 왜 이렇게 크게 틀어 놓느냐고 하니까 어른 목소리가 크게 나오면 애들이 못 오니까 그렇게 한다고 했어요.”

결국 지속적인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지난해 10월 6일부터는 학교도 나가지 못했다. 짜증이 생기고 화가 늘었다. 어느 날 밤인가는 아이가 가슴을 치며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때부터였던가 가족모두가 잠을 자지 못했다. 엄마는 거실에서 자리를 지켰고 아빠는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밤을 지새웠다. 가족 간의 웃음과 대화소리는 사라진지 오래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방안에서 목을 맸다. 그날 일은 가족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올 1월 어느 토요일, 재원이가 계속 집에만 있으니까 아빠랑 누나랑 노량진 시장에 가서 활기찬 것 좀 보라고 보냈어요. 그 때 누나가 재원이가 자꾸 없어졌다고 말해서 그러면 안 된다고 혼을 냈어요.”

“원래 혼나면 반성문도 쓰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한 참이 되도록 조용한 거예요. 기분이 묘해서 아빠한테 들어가 보라고 했는데 얇은 줄로 목을 매서 심각한(울먹) 상황이었어요. 누나는 자기 때문에 그런 거다 충격을 받고 아빠는 그만두자고 하더라고요.”

아빠는 누나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평화가 깨져버린 가정에서 누나만이라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학교 폭력은 평온했던 한 가정을 갈라놓았다.

■멈출 수 없는 ‘이유’=윤 씨는 ‘할 만큼 다했다. 이제 그만 두자’고 하는 남편의 입장을 이해한다. 윤 씨 자신도 이 힘겨운 싸움을 이제는 그만 끝내고 싶다.

그런데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는 현실과 특별히 A군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아들이 A군과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 것.

장애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보통 한달 미리 반 배정이 되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만이라도 막고 싶어 학교에 얘기를 했지만 그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아직도 A군 이라면 경기를 일으켜요. 학교에서 접근금지라고 내렸을 때도 A군을 복도에서 마주치는 날이면 양 팔을 손톱으로 뜯어요. 원래 자해는 안하던 애인데 얼마나 불안하면 그랬을까요.”

“그런데 예비소집일 날 학교에 갔다 오더니 엄마 학교에 걔 있다 하는 거예요. 같은 학교만 안됐어도 이번 일을 덮으려고 했어요. 내 아이가 공포에 처해 있는데 어느 엄마가 손을 놓고 있겠어요.”

윤 씨는 아들이 또 다시 그런 일을 당할까봐 불안하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조차 물러나면 사회를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조차 보호 받지 못했어요. 여기서 포기하고 주저 앉아버리면 앞으로 사회에서 우리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나요. 도망치고 당하면서 무조건 참고 살아가야 하나요?”

“피해를 당한 사람은 이렇게 힘든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정말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조차 몰라요. 당당하고 떳떳해요. 하지만 잘못인 건 잘못이라고 얘기해줄 수 있어야 해요.”

이 사건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했다면 가족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결국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린 아이와 윤 씨 홀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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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연 기자 (jiyeo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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