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고 오지석 추모 결의대회에 참석한 "인간답게 살고싶다" 외치는 장애인들.ⓒ에이블뉴스

바로 지난해였다. 호흡기가 빠져 47일만의 사투 끝 놓아버린 장애청년 오지석씨의 비참하고도 안타까운 죽음. 동료는 물론, 하늘까지 울어버린 잊지 못할 그의 장례식.

지석씨의 죽음에 분노한 장애계는 “더 이상 죽이지 말라”며 정부를 상대로 활동보조 24시간 쟁취 투쟁과 함께 장애인활동지원법 일부개정안, 즉 ‘오지석법’을 만들어 같은 해 11월 발의했다. 그로부터 7개월, 계절이 바뀌어 다시 안타까운 ‘그 날’이 왔지만 정부와 국회의 시계는 그날 그 자리에 멈춰있다.

■오지석, 그를 기억하다=송파구 장지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생활해왔던 고 오지석씨(지체1급, 남). 근육병장애로 인공호흡기를 24시간 착용하며 살아왔다.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제도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독거 특례를 받지 못해 복지부 118시간, 서울시 100시간, 송파구 60시간 등 총 278시간만을 받아왔다.

그의 일생은 길지 못했다. 지난해 4월16일 ‘420장애인대회’에 참석해 귀가한 후,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어머니가 집으로 오던 사이, 인공호흡기에 이상이 생기고 만 것.

가까스로 어머니와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119응급대가 오기 전에 그는 이미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 그 후 지난해 6월1일 새벽2시50분 눈을 감고 말았다.

지석씨의 죽음에 장애계도 크게 분노했다. 고 송국현씨의 죽음과 맞물리면서 활동지원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10개 단체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활동보조 24시간 쟁취 연대 투쟁단을 꾸리며 대통령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 등을 통해 활동보조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기도 했다.

1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고 오지석 1주기를 맞아 열린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권리쟁취를 위한 집중결의대회 후 시민들에게 활동지원제도 사각지대를 알리고 있다.ⓒ에이블뉴스

■‘오지석법’, 먼지만 쌓였다=무능한 정부를 못 미더워서였을까. “국회로 가자!”이들은 같은 해 11월, 김용익 의원의 대표발의로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활동보조 24시간은 물론, 지석씨처럼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시간을 적게 받는 사람들을 위해 부양의무자 규정을 삭제하고 65세 이상인 사람에게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오지석법’이라 불리며 한동안 언론에 주목도 받는 듯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 복지위 테이블에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현재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석아, 꼭 사각지대를 없애줄께”라고 약속했던 동료들은 그의 1주기가 다가왔지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1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고 오지석 1주기를 맞아 열린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권리쟁취를 위한 집중결의대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근육장애인협회,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많은 단체가 모여 그를 추모했다. 젊은 청년, 지석씨에게 동료들이 들려준 노래는 바로 ‘장애해방가’였다.

반 토막 몸뚱이로 살아간다고 친구여 이 세상에 기죽지마라

삐뚤어져 한쪽으로 사느니 반쪽이라도 올곧게

말뿐인 장애복지 법조항마저 우리의 생존을 비웃고 있다

노동으로 일어설 기회마저 빼앗긴 형제여

아 차별의 폭력 눈총을 깨고 사백만의 힘으로 하나로

아 외쳐 불러라 해방의 나라 장애해발 참 세상을

(위)1일 결의대회에서 고 오지석씨를 추모하며 장애해방가를 부르는 장애인들(아래)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정영만 회장.ⓒ에이블뉴스

■달라진 것 없다…고개 떨구는 동료들=그가 떠났지만,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생전 그토록 원하던 활동보조 24시간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복지재정 효율화’ 정책을 통해 복지재정 3조원 절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약속했던 ‘활동보조 24시간 보장’과는 나날이 멀어지고 있는 것.

또 ‘오지석법’ 속 만 65세 이상 연령 제한 문제도 심각하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기존 활동지원서비스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자동 전환, 서비스 시간의 대폭 감소를 불러오고 있다. 이는 현재 장애계에서 계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오는 부분이지만 정부의 답변은 없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정영만 회장은 “지석이가 하늘나라에 가있는지 1년이 됐지만 바뀐 게 없다. 오히려 복지부장관은 예산 절감을 하겠다고 하고, 따로 지자체 예산을 만들어서 혜택을 주면 불이익을 주겠다한다”며 “지금 지석이같은 친구들이 수천 명이 있다. 필요한 사람에게 왜 지원을 하지 않냐. 24시간 보장이 될 때까지 몇 십 년이고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은 “오지석씨와 같은 환경에 놓인 중증장애인들이 많다. 우리는 더 이상 동료들을 이 세상에서 떠나버릴 수 없다. 그것이 바로 활동보조가 필요한 이유”라며 “지금은 100세 시대고 장애인이라고 일찍 죽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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