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12시경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수십명이 광화문 삼거리 앞 횡단보도를 막아서고 있다. ⓒ에이블뉴스

18일 낮 12시경 거리의 시민들과 도로위의 차들이 복잡하게 오가는 광화문 삼거리. 연두색 조끼를 입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 50여명이 광화문 삼거리 일대 횡단보도를 막아섰다.

횡단보도를 막아선 장애인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고 외치기 시작했고 “신호에 따라 신속히 이동하라”는 경찰의 목소리, “바쁜 시간에 뭐하는 짓이냐”,“얼마나 힘들면 그러겠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섞여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 광화문농성 1001일을 맞아 준비한 퍼포먼스로 이 같은 외침과 상황은 장애인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현대해상보험 방면 횡단보도를 시작으로 5개의 횡단보도를 건너며 40여 분 간 계속됐다.

광화문 농성은 지난 2012년 8월 21일 경찰과의 12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광화문 역사 내에 돗자리를 펼치며 시작됐다. 장애인들이 사람답게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폐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알려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겠다는 계획에서였다.

지겨웠던 폭염과 혹독한 한파 속에서도 장애인들은 항상 자리를 지켰다. 무려 1001일의 농성을 지속해오며 일정부분 많은 변화를 만들어 오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각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양의무자 기준 역시 제도의 모순이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 지난 2012년 8월 21일 광화문역 지하에 설치한 농성장 전경. ⓒ에이블뉴스

하지만 장애등급제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정부가 2016년에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며 실망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그 사이 안타까운 소식만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17일 시설에서 퇴소해 자립을 시작한 송국현(중복 3급) 씨가 화재로 숨졌고, 얼마 후 5월 1일 집안에 홀로 있다 호흡기가 빠지며 중태에 처했던 오지석(지체 1급) 씨가 사망하기도 하는 등 시작할 때는 없었던 영정이 11개나 놓여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실제로 폐지시키기 위한 논의에 정부가 전면적으로 나서기를 요청한다”면서 “광화문 농성이 3주년이 되는 8월 21일까지 국무총리(확정 시)의 면담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이형숙 공동대표는 “오늘 퍼포먼스로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겠지만 장애인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라는 제도에 얽매여 일평생 불편을 겪고 생사까지 위협받고 있다”면서 “이렇게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장애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는 했지만 1001일이 넘는 시간동안 기다려왔고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다”면서 “국무총리 면담이 이뤄져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폐지될 때까지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광화문 농성이 3주년이 되는 오는 8월 21일까지 다양한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이형숙 공동대표가 도로위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 퍼포먼스에 앞서 18일 오전 개최한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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