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재난 사건 현장 사진들.ⓒ에이블뉴스

꼭 1년 전 제주도로 가던 큰 여객선이 전남 진도 해역에서 뒤집혔다. 그 배를 탔던 476명 중 304명은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015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난지 1년. 대한민국은 세월호 피해자들의 추모와 함께 유가족들과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세월호 사건은 장애계에도 큰 충격을 줬다. 장애인 재난관리 매뉴얼을 홈페이지에 올려달란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던 장애인단체들이 사건 이후 매뉴얼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는 사연만 봐도 덮어뒀던 장애인 재난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4월, ‘장애인의 달’이지만 장애계는 아프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17일은 고 송국현씨의 화재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화재사건은 있었다. 지난 2012년 장애남매가 사망했고 뇌병변장애 1급의 김주영 활동가가 운명을 달리했다. 화재사고 뿐만 아니다. 동사로, 자다가 가래가 기도를 막아….

특히 장애인의 인명대피는 자력대피만 가능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던 사건이라 더욱 안타깝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5년간의 사건을 보면, 서울시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만8032건, 이중 장애인 사상자 발생 화재건수는 60건, 7.1%다.

비장애인에 비해 사망률도 3.7배가 높은 수준이다. 이들의 연령대는 40대 이상 중장년 및 노년층이 80.9%로 가장 많고, 대부분 주거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일인 16일, 절박한 장애인 안전에 대한 방안이 쏟아졌다.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재난 재해 시 자력대피 방안 마련 토론회’장에서다.

이날 “장애인들에게 재난은 무엇입니까?”란 발제자의 첫 질문에 따라온 답변. “일상이 재난입니다.” 그녀의 짧은 답변은 우리 사회에 큰 과제를 던진다. 그렇다. 문턱 하나 넘는 것도, 호흡기가 빠지는 것도 그에게는 ‘재난’이기 때문이다.

16일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소방학교 박경서 전임교수.ⓒ에이블뉴스

■“두 발자국만” 안타까운 참변들=서울소방학교 박경서 전임교수는 지난 2012년 김주영 활동가 사망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재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건 현장에 나갔던 구조대원 한 명이 전화가 와서 “너무 안타깝다”라고 그에게 전한 것.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날 불이나 홀로 세상을 등진 고 박홍구 부회장 사건 또한 “두 발짝만 나갔어도…”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재난약자 및 자력대피 불가능 장애인부터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의 재난약자는 경제적 재난약자(기초생활 보호대상자, 차상위),신체적으로 신속한 대피 할 수 없는 자, 환경적 재난약자(외국인)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 유아, 임산부 미국의 경우 인종, 노인, 장애, 어린이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 이에 박 교수는 자력대피 가능 장애인, 어려운 장애인, 불가능한 장애인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재난발생시 대피에 있어 지원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은 43%정도다. 그중 지원이 없으면 생명유지가 어려운 장애인은 13.9%정도다. 장애인의 안전 확보와 지원을 위해서는 장애 유형별 대피지원 계획의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개개인의 장애특성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장애인 당사자 뿐 아니라 동거가족, 활동보조인, 관계공무원의 교육과 훈련은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민안전교육 실적만 봐도 491만명 중 장애인은 7만6천명이다.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1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재난 재해 시 자력대피 방안 마련 토론회’.ⓒ에이블뉴스

■3분간 홀로 방치…관심 절실=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정책실장은 얼마 전 지하철 4호선 정전 사태를 언급했다. 강풍으로 인한 정전사태로 인해 멈춰버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 강 실장은 "시각장애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며 아찔함을 표했다.

강 실장은 "시각장애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 감각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황발생시 소리로만 판단해야 한다. 스스로 자력으로 대피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시각장애 대응책이 필요하다. 현재 나와 있는 매뉴얼은 지체장애에만 집중돼있다"며 "상시적인 재난극복훈련 등 교육도 필요하다. 대피 훈련을 보면 기자 부르고 그저 보여주기 식이다.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실장은 “지난해 용산역 지하철 추락 사고를 당한 시각장애인은 3분이라는 시간동안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대피방법을 몰라 결국 들어오는 지하철에 부딪히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작은 관심과 도움이 사고를 예방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김인순 부장은 "보행에 전혀 문제가 없는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도 재난에 대한 초기 인지가 쉽지 않다. 비장애인과 달리 재난 대처가 오래결리는 점을 고려해 재난 약자가 세분화돼야 한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아주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나 당황한다. 대피로가 있더라도 못 찾는 경우가 있어 체계적인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지속적 교육의 필요성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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