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케이블방송사에서 주관하는 아마추어 장기대회 본선에 진출한 중증장애인이 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탈락 통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김진호씨(56세, 지체1급)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으로, 평소 바둑, 장기 실력이 비장애인과 실력 차이가 없을 정도로 월등하다.

장애로 인해 손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전동휠체어 테이블에 장기판을 올려놓고 미리 배치해둔 장기알을 밀며 장기를 둬왔다. 특히 장기는 ‘브레인 스포츠’기 때문에 장애란 그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아왔던 것.

그런 김씨의 관심을 끈 건 ‘제1회 영신해양인력개발원배 아마장기 최강전’이었다. 전국 아마추어 장기인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는 주관 방송국 홈페이지 문구에 아무런 의심 없이 접수했으며, 예선경기를 통해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런데 문제는 본선부터였다. 1차 예선 통과자 32명 중 16명에 선발된 사람만이 주어지는 본선 경기는 주관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진행, TV를 통해 방송되는 것이었다.

본선에 진출한 김씨가 중증장애인임을 알게 된 주관방송사 측에서는 미리 방송에 앞서, 김씨에 대해 리허설을 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그를 불러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김씨는 ‘문전박대’ 하듯이 내쫓기고 말았다는 것.

김씨는 “휠체어를 본 담당피디님께서 인상이 안 좋았다. 예전 검지손가락이 없는 장애인이 출연했을 때도 혐오스럽다는 시청자 항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부적격하다고 통보했다”며 “중증장애인이지만 얼마든지 장기를 둘 수 있는데 앵글이 잡히지 않는다 등의 공격으로 쪽팔림만 당했다. 기만 팍 죽어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김 씨는 “당시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참고 말자 생각했지만, 주변 장애인 친구들이 절대 참으면 안 된다, 참게 되면 앞으로 이런 차별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권유에 방송사 측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계속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인권위 진정 등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씨와 동행했던 그의 활동보조인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는데 듣기 나쁘게 앵글이 별로다, 일반인이 집어서 알을 두는데 미는 건 안 된다라며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며 “함께 했던 나조차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방송국 측에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출연을 거부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방송국 담당자는 “장애인이라고 장기를 못 두게 하는 게 아니라 그간 다리를 저시는 분, 검지손가락이 없으신 분 다 출연을 시켰다”며 “출연 이후 시청자에게 혐오스럽다는 항의 전화가 왔어도 우리는 그래도 방송을 내보내왔다. 중증장애인분이라고 하셔서 방송전 일부러 리허설도 진행했고 저와 함께 둬봤다. 장기알을 세트에서 못 두시 길래 안 된다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분께서는 장애인이라고 안되는 것이냐 라고 반문을 하셨지만 그건 오해하신 부분이다. 장기라는 것이 지그재그로 밀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안돼서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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