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이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독자적으로 만든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발표됐지만 이번에도 장애계 전체를 아우르지 못했다.

보다 개혁적인 내용으로 구성됐지만 현실성이 부족해 “이상만 가득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권리보장법연대는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권리보장법) 초안을 발표했다.

전장연표 장애인권리보장법 초안을 발표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에이블뉴스

■등급제·등록제 완전 폐지 목표=전장연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를 목적으로 총 7장 144조로 구분, 장애인복지서비스, 장애인 판정 복지서비스 결정 및 제공절차, 복지서비스 제공기관 및 제공인력, 장애인 권리침해 방지 및 권리옹호 등으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장애인의 정의는 현 장애인복지법상의 의료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참여에 제약을 경험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썼다.

또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집행하는 장애인지예산을 도입한다. 중앙행정기관, 복지부 장관, 중앙장애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장관이 장애인지예산을 편성토록 한 것.

각종 학대, 유기, 노동력 착취 등 장애인 권리침해를 위해서도 대응 절차를 구축했다. 먼저 복지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 대상자가 사건인지 후 장애인권리옹호센터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한다.

이후 권리옹호센터의 직원 또는 경찰서의 사법경찰관리와 함께 출동해 현장조사를 실시하며, 응급조치 및 법원의 구제조치를 실시하게 된다.

특히 이 초안의 핵심인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장애인등급제와 등록제를 완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앞서 발표된 한국장총의 초안 속 장애등급제와 장애등급심사 등이 담겨있는 것과는 다른 부분.

즉,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에서 명시한 장애인등록을 폐기하고 대신 장애인 판정을 신청하면 복지서비스의 내용과 양을 사정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구체적으로 장애인당사자, 보호의무사, 장애인권리옹호센터장 등이 장애인 판정 및 서비스를 신청하면 지역장애인지원센터에서 욕구를 사정, 2주일 내에 복지서비스의 내용과 지원의 양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장애인이 ‘서비스 이용권’을 가지고 직접 구매 계약으로 복지서비스를 받게 된다.

복지서비스 조항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소득보장’이다. 장애인의 기본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 표준소득보장 금액을 책정, 만 18세 이상의 장애인에게 매월 지급하도록 했다.

장애인 표준소득보장금액은 최저생계비와 추가비용을 합친 금액으로, 개인 소득이 없고 근로가 가능하지 않은 장애인에게는 표준소둑보장금액 전액을 제공한다.

개인소득이 없고 근로가 가능한 장애인에게는 고용 전까지 한시적으로 최저생계비를 지급, 개인소득이 있는 장애인에게는 개인소득의 2분의 1을 감한 금액을 지급한다.

아울러, 장애인연금 수급권자인 세대주에 대해서도 주거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주거수당은 장애인의 소득수준 및 장애로 인해 추가로 소용되는 비용을 고려, 지급액을 책정한다. 의료비와 관련해서는 무상의료를 구현하도록 담았다.

아동, 여성 및 특정장애유형에 대해서도 보충적 복지서비스 조항을 신설, 산후조리도우미 지원, 노령장애인 지원, 돌봄 지원 등을 담았다.

이외에도 여가활동 증진, 장애인체육인 지원, 방송접근권 보장, 여행 및 캠프활동 지원 등 장애인의 문화·예술·여가 스포츠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신설했으며, 재난대피시설 지정, 실종장애인 발견 및 지원 등 안전대책도 강화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에이블뉴스

■“현실성 떨어져…무리한 초안”=이 같은 초안에 대해 토론자들은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고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집중 지적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권리보장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장애등급제 폐지, 탈시설 지원체계 마련 등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과연 이 필요성에 부합하는 법안인지에 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법안이 전반적으로 발달장애인지원법과 비슷하다.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춘 개인별지원계획과 지원센터가 권리보장법상에서 타 장애유형에게 필요한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염 변호사는 "권리보장법은 장애인복지법의 전면개정 형태로 제안됐는데 기존의 장차법, 연금법, 활동지원법 등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중복과 충돌되는 것에 검토해야 한다"면서 "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반드시 서비스이용권 형태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 분야의 시장화,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 국가나 지자체 직영 형태 서비스가 보다 확대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장애인이란 정의에서 사회적 관점을 강화하고 장애의 종류와 기준을 삭제한 것은 바람직하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은 다소 애매하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으로 수정해야 한다"면서 "탈시설 정의도 집단적인 거주시설이나 병원 등에서 ‘벗어나는’이란 용어는 중립적이지 않다. 퇴소 혹은 퇴원하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권리옹호센터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국가와 지자체는 운영을 국가인권위에 위탁할 수 있게 돼있는데 현재 인권위는 조직과 예산을 비춰볼 때 역부족이다. 센터의 장과 직원을 공모하고 공정한 심사위원회에 거쳐 선발해 해결하면 될 문제다. 임명권자를 정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 교수는 “소득보장에서 개인소득 있는 장애인의 경우 표준소득보장금액에서 개인소득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감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 표준소득보장금액 중 추가비용에 준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면서 “심층적으로 법안을 만드느라 고생했지만 맞지 않은 부분이나 오타 등이 있어 질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전장연표 권리보장법상 제1조 목적부터 "이상적"이라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사무차장은 "법률의 목적인 완전한 사회참여는 과연 법률로 지켜질 수 있을까 의문이다. 모든 인간은 현실적으로 완전한 사회참여를 하지 못하는데 이루지 못할 사항을 법률에 명시하는 건 이상적 또는 추상적"이라며 "완전한 사회참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실현가능한 사회참여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사무차장은 이 법안의 핵심인 장애인판정 복지서비스 신청에 대해서 "어떻게 서비스를 판정할 것인지 걱정된다"고 우려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사무차장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자료, 환경적 자료가 필요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신청만 하면 센터가 역술가도 아니고 어떻게 서비스를 판정할 수 있을까"라며 "만약 또 판정을 해준다면 세심하게 판정이 필요한데 장애인 개인 입장으로 보면 더 많은 자료를 내야하고 의학적 기준 판정도 해야 하는데 기존의 제도와 무엇과 다르냐. 복지서비스 신청으로 인해 갈등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 사무차장은 “어떤 상태인 사람을 장애인으로 인정할 것인지 궁금하다. 장애인정 최소기준이 없다면 누구나 다 장애인 신청하고 서비스 달라고 할 수 있는 거냐”며 “적격성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은 그리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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