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장애인들이 고속버스를 타려고 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2일 오후 2시 50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1번 승강장. 겨울 한파 속 어제부터 고속버스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들과 전국에서 상경한 장애인 등 100여명이 운집했다.

수년 동안 온 몸으로 투쟁하고, 입이 부르트도록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변한게 없는 장애인 이동권 권리 보장을 위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먼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주최한 ‘이동편의증진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광장으로 이동, 울분을 토해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누려야 함에도 광역버스, 공항버스, 농어촌버스, 마을버스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정부는 알고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다.

따라서 시내저상버스 100% 도입, 시외·고속버스의 저상버스 등 도입 의무 명시, 특별교통수단 광역단위 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이동편의증진법 개정 촉구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의대회를 마무리한 장애인들은 몸소 고속버스에 탑승할 수 없는 부당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승강장으로 옮겨 자리했다.

이후 일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미리 예매한 부산, 창원, 진주, 울산, 대구, 대전 등 10개 행선지의 승차권 30매를 나눠들고 고속버스에 탑승하려 했다. 안타까운 몸부림은 계속됐지만 결과는 뻔했다. 휠체어 탑승 설비가 갖춰지지 않고, 계단만 있는 고속버스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장애인들은 “돈을 주고 정정당당하게 승차권을 예매했다. 승차권이 있는데 왜 우리가 탑승할 수 없는 것이냐”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예매한 고속버스가 경찰병력의 저지선 뒤에 정차한 뒤 승객들을 태우는 것이 발견되자 장애인들의 인상은 더욱 참담한 모습으로 변했다.

장애인들은 “왜 우리들을 태우고 가지 않냐”고 분통함을 나타낸 뒤 해당 버스로 향하다가 경찰과 20여분 가량 대치하며, 간헐적으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원재(남, 30세, 뇌병변1급, 전주)씨는 “이동편의증진법에 교통약자가 모든 교통수단을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장애인들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모습에 고속버스에 탑승하거나 기다리던 비장애인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 보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일부는 장애인들도 차별 없이 고속버스에 탑승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응원했다.

김옥재(여·대구시)씨는 “장애인들도 고속버스를 타야하는데 못타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고속버스에 탑승할 수 있도록 휠체어리프트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들은 오후 7시부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뒤편 광장에서 전장연이 개최한 ‘제22회 세계장애인의 날(12월 3일) 투쟁문화재’에 참석한 뒤 승강장으로 이동, 어제와 마찬가지로 버스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점거농성은 오는 3일 아침 마무리 될 예정이며, 이후 이들은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기자회견’과 오후 1시 서울 보신각 앞 ‘제22회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집중결의대회’에 동참하게 된다.

2일 장애인들이 탑승 하려는 버스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2일 한 장애인들이 경찰에게 승차권을 보이며 버스 탑승을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2일 열린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을 위한 투쟁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 뒤로 경찰들이 서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장애인도 버스타고 겨울바다 보러가자', '나도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먹고싶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2일 열린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을 위한 투쟁결의대회'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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