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주거약자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과제와 대안 토론회’ 전경. 카메라와 관련 단체 직원들만이 자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비어있는 자리가 많네요. 유명무실한 주거약자법의 위상을 함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씁쓸하고 답답하네요.”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주거약자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과제와 대안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정책홍보국장의 첫 마디였다.

취재진, 관련단체의 직원 등만이 앉아있는 쓸쓸한 플로어는 3년을 맞았지만 장애계에서조차 관심이 부족한 주거약자지원법의 현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광경이었다.

■빈껍데기만 남은 주거약자법, ‘부실’=이날 은 국장은 국회 김상희의원실과 시행 3년째를 맞고 있는 장애인 등 주거약자 지원법의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 마디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제도들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먼저 정부가 수립한 주거약자를 포함한 제2차 장기(2013년~22년)주택종합계획의 내용이 부실했다.

국토부가 수립한 제2차 장기주택종합계획에 따르면, 주거약자를 위해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의무건설비율 확대와 지속공급, 주택개조 비용의 주택기금 통한 융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장기계획으로 유니버셜디자인을 적용한 가이드라인 등이 반영됐다.

하지만 이는 이미 법률에 근거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질적인 주거안정의 근간이 되는 주거약자용 주택의 건설과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하고 있지 못했다는 것.

은 국장은 “주거지원계획의 수립은 장애인 등 주거약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애인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주거지원정책의 추진기반과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은 국장은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은 주거실태조사, 장애인 등 주거약자에게 주거와 관련한 각종 지원과 정보제공을 위한 주거지원센터 미설치 등을 함께 지적했다.

주거지원센터는 국가, 시도 또는 시군구에 설치해 주거약자용 주택과 관련한 정보제공, 주택개조에 대한 지원, 주거약자의 주거문제 상담 등의 지원 업무를 통해 주거약자들의 주거지원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단 한곳도 설치되 있는 않는 현실.

은 국장은 “주거약자 지원법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빈껍데기뿐인 법률로 전락해있다. 대상을 주거약자로 규정하면서 정책적 실행에 있어 예상이 되어져있던 부분”이라며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안이 활발히 발의되고 있지 않은 것은 법률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 보여주고 있다. 법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김소영 센터장, 한국장애인주거안정협회 김동희 회장,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유영우 상임이사.ⓒ에이블뉴스

■내 집 마련 ‘별 따기’…문제점 스스로 알려야=이날 토론회장에 참가한 패널들의 토로점도 같았다. 장애인 주거와 관련해서 여전히 열악한 현실을 꼬집은 것.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김소영 센터장은 “장애인들이 맞닥트리는 문제 중 하나가 집주인의 부정적 태도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은 상처와 무시까지 받고 있다”며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계몽이 필요하다. 장애인 세입자를 거절하는 부분을 처벌하고, 주택개조를 허가해주는 집주인에게는 세금 감면과 같은 당근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영구임대나 국민이대 아파트가 인기가 많지만 독거일 경우 가족이 있는 다른 가구보다 순위가 밀리고 입주하기까지 수 년 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증장애인의 경우 주거와 관련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선택의 폭이 좁다는 현실을 감안해 포인트제를 통한 우선순위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주거안정협회 김동희 회장은 “장애인, 고령자등 주거약자지원법 제정됐고 이것이 지금 2년이 시간 지나서 단 한차례도 법에 따라서 무언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며 “현재 법안에는 등록장애인, 국가유공자, 고엽제환자 등 대상이 많아 독거중증장애인은 여전히 소외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뭉뚱그려진 것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장애인이 집을 매매하거나 임대할 경우 장차법에서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집주인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여전히 차별하고 있다. 임대아파트 역시 양은 적고 주거약자 전체를 대상으로 해 장애인이 집 구하기는 별따기”라며 “별도로 장애인주거안정법을 제정해 뚜렷한 목표를 갖고 실질적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유영우 상임이사의 경우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 주거문제에 대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상임이사는 “주거약자지원법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 이를 강제하는 근거가 없으므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의지를 갖고 시행하지 않으면 법의 실효성이 상실된다”며 “당사자들의 주거문제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적극적이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 상임이사는 “주거문제에 대해 연대하고 싶어도 은종군 국장에게만 치근거린 정도밖에 안된다. 장애인 스스로 주거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연대활동을 해야 한다. 참여하지 않으니까 관련 단체, 사회도 장애인 주거문제에 관심이 없지 않냐”며 “여론화되면 정부는 안할 수 없다. 제발 장애인단체는 주거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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