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가인권위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윤기씨와 아들 이겨레씨.ⓒ에이블뉴스

“장애등급 더 받자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 마이크를 든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휠체어를 탄 아들 이겨레씨(뇌병변4급, 24세)의 아버지 이윤기(59세)씨다.

이씨가 서류 한통을 들고 서울까지 달려온 이유는 분명했다.7년 전 뇌손상을 입어 1급장애를 갖게 된 아들 겨레씨(24세)가 최근 장애등급 재심사를 통해 4급으로 하락하게 된 것이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강릉에서 서울까지 올라오게 됐다.

물놀이를 갔던 겨레씨의 심장이 멈춘 건 7년전인 2007년 8월 여름. 지병인 비후성심근증이 결국 일을 낸 것이다. 심폐소생술에 걸린 시간은 무려 32분. 당시 19세의 꽃다운 겨레씨는 뇌손상으로 인해 3~5세의 지능을 갖게 됐다.

또한 식사와 용변을 혼자 처리하지 못하며, 뇌병변으로 인한 단기기억상실과 치매증상까지 동반됐다. 약 40군데의 병원을 입‧퇴원을 반복하며 살아왔던 겨레씨는 지난 2013년 8월 퇴원해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물론 그 7년의 세월을 부친인 이씨가 24시간 지켜왔다.

수억원의 병원비로 경제적 고통을 겪었지만 행복했던 이씨의 단란한 가정에 큰 문제가 생긴 건 바로 ‘장애등급’ 때문이었다. 지난 2008년 2월 최초로 장애판정을 받았던 겨레씨의 등급은 뇌병변1급이었다.

올해 4월 동주민센터로부터 장애등급재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통보가 왔고, 이씨는 병원의 진단을 받아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7월25일 날아온 결과는 ‘뇌병변 4급’.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장애등급 1급이 아닌 4급이었다. ‘4급이라하면 생활을 어느정도 하는 사람이라는데’ 아무리 아들을 봐도 혼자 생활할 수 없을 만큼의 중증장애인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씨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문의했으며, 상담 끝에 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우리 아이의 장애등급을 더 받자고 인권위에 진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는 혼자서도 휠체어를 밀지 못하고 대소변도 혼자 처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4급을 받을 수 있냐”며 “내가 저세상으로 가면 혼자 남아야 할텐데 4급으로 혼자 놔둘 수 없다. 끝까지 싸우고 싶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이 1급에서 4급으로 떨어지면 월20만원의 장애인연금도 못 받고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조차 할 수 없다. 3급까지 연내 시행하겠다는 계획 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4급은 깝깝한 실정”이라며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나라에서 왜 장애등급재심사는 계속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진정을 통해 장애등급재재심사를 중단하게 됐음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권위 진정을 통해 장애등급재심사 즉각 중단하고 현행 장애등급에 따라 복지제도 적용, 등급하락 피해자 이겨레씨에 대한 긴급구제대책 마련 권고 등을 촉구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이씨는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에 방문해 장애등급 이의 신청서도 제출했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이블뉴스

진정서를 제출중인 이씨 부자 모습.ⓒ에이블뉴스

지지발언을 하고 있는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규식 소장.ⓒ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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