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8월21일 무더운 여름
광화문 지하보도에 작은 돗자리가 깔렸다. 경찰과의 12시간의 긴 사투 끝에 어렵게 시작된 장애인들의 투쟁. 그들의 주장은 장애인의 악법이라고 불리우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였다.
지겨웠던 폭염과 한파 속에서도 장애인들은 항상 자리를 지켰다. 겨우 몸을 누울 수 있는 돗자리에서 천막으로 바뀌었다. 아프지만, 아픈 것을 두려워 않는 이들의 힘이 모여
광화문 지하보도
농성장과 9개의 영정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채워왔다. 2년, 730일, 1만7520시간을.
2012년 대선 당시 각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양의무자 기준 역시 제도의 모순이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는 2년간의
농성을 통해 얻은 큰 성과다.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으로 현재
장애등급제라는 이름은 폐기가 기정사실화 된 것. 정부는 지난해 3월 장애인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장애등급제를 대신할 장애 종합판정도구를 개발, 2016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원칙’이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구성된 복지부의 3차 장애종합판정체계개편 추진단 논의는 진전되고 있지만 중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
장애등급제란 이름은 이제 폐기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폐지 이후 대안논의도 수년째 진행 중이지만 아직
장애등급제 폐지의 방향과 원칙이 선명하지 않다”며 “종합장애판정도구가 연구되고 있지만 추진단이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의견수렴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폐지 이후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2년의
농성 동안 떠나간 이들도 있었다. 지난 2012년 10월 김주영 활동가의 참변에 이어 파주남매가 떠나갔고, 지난해에는 박진영씨, 올해는 장애등급심사센터에 찾아가 살려달라고 외쳤던 송국현씨, 활동보조가 부족해 숨진 오지석씨가 숨을 거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