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진행된 고 장성희씨의 추모식에서 한 장애인이 헌화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우리는 고(故) 장성희씨의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 장성희씨를 추모하기 위해 23일 오후 3시 광화문 해치마당에 모인 장애인 단체 및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 30여명은 애써 울음을 삼키며 이같이 다짐했다.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 피해자인 장성희씨의 장례는 지난 22일과 23일 오전까지 원주의료원에서 진행됐다. 12년 동안 차디찬 냉동고에 방치됐던 장성희씨가 드디어 그 굴레를 벗어난 것이다.

원주귀래사랑의집 사건은 시설 원장이 입양한 장애인들이 병원 치료 중 숨지자 시신을 영안실에 십수년간 방치하고, 또 다른 시설 내 장애인들을 학대한 사건이다.

사랑의집사건은 2012년 한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났고, 장성희씨와 함께 알려졌던 고 이광동씨는 그해 9월 사망한지 12년 만에 친모가 나타나면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장성희씨는 사랑의집에서 거주하던 중 욕창 등으로 투병했으며, 병원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집안에서 방치되다 2001년 5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병원측은 성희씨의 치료를 논의하기 위해 수차례 시설 원장인 장씨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오히려 장씨는 ‘나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거부했다.

하지만 장씨는 2002년 11월 성희씨가 사망하자 병원측의 의료 과실을 주장하며, 10년이 넘도록 시신을 인수해 가지 않았다.

결국 장씨는 2명의 시신에 대한 사체유기,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최근 춘천지방법원이 3년 6월의 형을 선고해 수감 중이다.

장성희씨의 시신은 추모식에 잎선 이날 오전 원주에서 화장됐으며, 추모식 후 고 이광동씨가 안치돼 있는 수원의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됐다.

이날 추모식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죽어서도 편하게 세상을 떠나지 못한다”며 “장애인의 삶이 얼마나 처참하고 비참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사건의 주범인 장씨를 보면서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며 “더 이상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는 장성하씨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성희씨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함부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용서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희망하고 있을 것”이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이어 진행된 이광동씨의 유가족인 여동생 이미화씨의 추모시가 낭독되자 이날 추모 참가자들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미화씨 역시 추모시 낭독 중 눈물을 삼켰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장애인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사람들과 이를 동조하는 정부 등을 상대로 계속 투쟁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해치마당에서는 '고 장성아씨 1주기도 함께 진행됐다. 장성아씨는 시설에서 벗어난 지 1년 만에 직작암으로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고 장성희씨의 추모식에 참석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이 고 장성희씨의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고 이광동씨의 유가족인 여동생 이미화씨가 추모시를 낭독하던 중 설움에 복 받쳐 눈물을 삼키고 있다. ⓒ에이블뉴스

문화노동자 박준씨가 추모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가 장애인을 이용해 돈벌이 하는 사람들과 정부를 상대로 투쟁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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