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려있던 정신장애인들이 분노했다. 바로 보건복지부가 지난7월초 입법예고를 마친 ‘정신건강증진법’으로 명칭 변경한 ‘정신보건법 전부 개정안’ 때문이다.

개정안은 법적 정신질환자 범주 축소, 정신건강증진사업 규정신설, 전 국민 정신질환 조기발견 체계구축, 국립정신건강연구기관 설치 등을 담고 있으며,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심의 통과되면 시행될 예정이다.

언뜻 보면 환영할 만한 내용이지만 당사자들은 더욱 사회가 자신들을 더욱더 ‘메마른 땅’으로 만들고 있다고 외친다. 도대체 이들은 현재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찾은 곳은 한국정신장애인연합이 주최한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 당사자 총회다. 2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이번 당사자 총회는 기획, 사회, 패널 등 모두를 당사자가 수행하는 자리였다.

이상은 인권 활동가(왼)와 김락우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 대표.ⓒ에이블뉴스

■“정신보건법 개정안 속 우리는 없다”=맨 처음 마이크를 잡은건 이상은씨. 상은씨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로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다. 하지만 상은씨가 바라보는 정신장애인의 현실은 병원의 장기입원과 병원과 복지기관 등 정보의 부제, 지역사회에 대한 무신경으로 인해 사회에서 제외된 모습이다.

상은씨는 “오늘의 시스템은 병원의 장기적인 입원과 복지기관 등 정부의 부제와 지역사회에 대한 무신경으로 인해 우리를 사회에서 제외하도록 만든다”며 “집안에서 무시 받고, 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당사자들은 점점 소외돼가고 병이 악화되는 등의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상은씨는 개정안 속 정신질환자 범위 축소 문제를 지적하며, “증상으로만 분류되면 경증인 사람들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냐. 이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계획이 있다면 세부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의 개정안에서는 정신질환자를 ‘사고장애, 기분장애, 망상, 환각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한 상태다.

또한 상은씨는 “모든 사람들이 정신장애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제대로 바라보고, 대우해주는 것만으로도 약물 치료보다 훨씬 많이 회복될 것이다. 장애의 문제는 당사자가 아니라 장애를 만드는 사회의 문제”라며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 말해주길 기다리면 안된다. 그동안 두려웠다고, 우리도 하고 싶은일이 있다고 권리를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이기도 한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자연대 김락우 대표도 “보건복지부가 5월22일 입법예고를 했지만, 개정안에는 당사자의 의견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있다”며 “먼저 정신건강증진법으로 변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부분개정, 신설조항이 있다고 해서 법안 자체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법률적용 대상자인 정신질환자 대상을 축소하는 법 내용과 국민정신건강사업을 확대하는 법 개정 취지는 서로 모순된다. 정신장애의 특성상 중도 및 경증장애인도 언제든지 재발해서 중증정신장애로 갈 수 있어 범위 축소는 큰 실효가 없다”며 “사회복귀 용어 삭제도 탈원화와 지역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문제점이 있다. (사회복귀) 개념 자체라도 들어가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들어가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연합 안병현 회원(왼)과 신석철 회원(오).ⓒ에이블뉴스

■외면된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 필요=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정신장애인의 노후와 취업 문제도 당사자는 외면하지 않았다. 먼저 예순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어르신의 위태한 노후문제를 꼬집은 한국정신장애인연합 안병현씨다.

이 어르신의 동행서비스를 돕고 있다는 한국정신장애인연합 병현씨는 “이분은 평소 밝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시지만 하루 하루 환청과 망상으로 시름하고 계신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가족과 친지를 못 찾고, 연락이 두절된 무연고 라는 상황”이라며 “외로움, 무료감, 허탈감 여기에 환청과 망상으로 정말 힘든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병현씨는 “최근에는 잠도 못 주무시는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파 언제까지 혼자 사실지 걱정이다. 더 나이가 들으면 어디로 가셔서 사셔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하루 빨리 노인 정신장애인분들이 노후나마 편히 살수 있도록 좋은 시설이 많이 생겨야 한다. 지금 개정안은 병원 중심의 재활시설이 많이 생기는 것들로 되어있는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역사회내의 시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직업 및 취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이도 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회원 신석철씨는 “예전 정신보건법은 우리 정신장애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는데, 개정안도 역시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며 “우리가 사회로 나갈 발판은 직업재활시설이지만, 현재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현재 직업재활시설은 전국 140여곳이 있는데,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직업재활시설은 서울 2곳, 부산 2곳밖에 없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라는 것.

석철씨는 “지금 개정안에는 국민정신건강연구원을 수 백억원 들어 설립한다고 하는데 연구원 설립보다는 정신질환자들의 직업재활시설을 일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수만큼 늘려 다양한 취업 경험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석철씨는 “올해 시설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을 반영한 동료지원가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장이 거의 없다는 것이 큰 어려움”이라며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사회복귀시설, 정신건강증진센터인데 현재 동료지원가를 채용할 예산근거와 인력 규정이 전혀 없어 직종이 사라질까 겁난다. ”고 말했다.

이어 석철씨는 “정신보건법 전부 개정이 필요하다면 사회복귀시설, 정신건강증진센터의 동료지원가 채용을 위한 인력규정 확보와 인력 지원 예산 마련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동료지원가 활동을 하면서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면서 납세자로 사회에 이바지 하는 역할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이 주최한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 당사자 총회 모습.ⓒ에이블뉴스

당사자 총회에 함께한 참석자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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