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박진영씨의 노제가 진행됐다.ⓒ에이블뉴스DB

지난 3일 오후, 흉기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며 생을 마감한 故박진영씨의 사연은 모두의 마음을 울컥케 했다. 박씨의 자살 사유는 장애등급 재판정을 통한 등급 외 판정, 하지만 그의 유서 안에는 또 하나의 문제점이 녹아있었다.

“돈 있는자들은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의사에게 돈을 먹여 진료내역 청구서를 잘 받아 수급자가 되는가 하는 방면 돈 없는 사람은 약만 타고 검사도 못하니 의사가 신경도 써 주지 못하고 하여 장애를 받을 상황에서도 대충대충 써 장애를 못받아 수급권자에서 탈락되고 있읍니다. ”(박씨의 유서 中)

장애등급이 없는 그로썬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기 위한 근로능력평가가 또 하나의 두려움으로 찾아온 것이다. 박씨는 앞서 간질장애 4급을 유지하다가 지난 5월 3년 주기로 받아야 하는 재판정을 받은 결과,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박 씨의 ‘장애등급 결정서’에 따르면 제출된 최근 1년 동안의 의무기록상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발작 증상이 1번 밖에 없어 간질장애 최저등급인 5급에도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등급을 받지 못한 그는 바로 수급자에서 탈락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근로능력평가를 받아야 한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1급부터 4급까지의 장애인을 근로무능력자로 판단해 수급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장애등급이 나오지 않는 경우나 5~6급 장애인들은 근로능력평가를 통해 능력 유·무를 판단 받아야 한다.

근로능력평가제도란 수급자 중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의 자활과 탈빈곤을 촉진하기 위해 질병 또는 부상이 있는 수급자의 근로능력 유·무를 평가하는 제도로, 18세 이상 64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고로, 박씨는 앞서 간질4급인 상태였을 때는 이 같은 평가가 필요치 않았으나, 현재 등급을 상실한 상황에선 '평가'라는 자체가 두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박씨는 근로능력평가 중 주민센터를 통해 “충분히 능력없음이라는 통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도 이 같은 걱정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능력 있음'이라는 결과를 받게 되면, 질병으로 인해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원치 않는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수급조건이 달리기 때문이다. 이는 박씨 외에도 장애등급 5~6급의 경증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일터.

근로능력평가는 국민연금공단의 의학적 평가와 활동능력 평가를 통해 결과가 통보되는데, 평가대상자는 의사 또는 한의사의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 진료기록부 사본 등 의학적 평가에 필요한 서류를 읍·면·동 주민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시군구는 공단으로 근로능력평가를 의뢰하게 되며, 공단 자문위원의 의학적 평가, 직원의 면담 또는 실태조사 등을 통한 활동능력 평가 등 근로능력평가를 실시한 후, 결과를 통보하게 된다. 보통 공단에 접수한 날로부터 21일 이내에 평가결과를 확인 가능하다.

의학적 평가 기준 표.ⓒ보건복지부

먼저 의학적 평가는 근골격계, 신경기능계, 정신신경계, 감각기능계, 심혈관계, 호흡기계, 소화기계, 비뇨생식계, 혈액 및 종양질환계, 피부질환계 등 11개 질환을 기준으로 총 4단계로 나뉜다.

예를 들면, 근골격계 질환의 상·하지 4단계의 경우, 장애인등급은 지체장애 4급수준에 골절은 지속적인 치료로 입원 중인 상태다.

척추 4단계의 경우도 지체척추장애 4급 수준에 척추신경근병 중 소견이 있고 둘 이상 혹은 양측성으로 관절부에 운동마비가 있는 경우 해당된다.

활동능력평가는 체력, 만성적 증상, 알코올의존, 취업가능성, 자기관리, 집중력, 근로의욕, 자기통제, 대인관계, 이해력, 기초학습 활용능력, 공간 지각력, 습득력, 대처능력, 동시업무 수행능력 등 총 16가지 항목을 가지고, 면접평가, 관찰평가, 상황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평가항목은 각 0점에서 4점 중 하나의 점수를 부여하게 된다. 만점은 60점이다.

최종적으로 ‘근로능력 없음’에 해당하는 경우는 ▲의학적 평가결과가 4단계인 경우, 활동능력 간이평가 결과가 3점 이하 ▲의학적 평가 결과가 3단계로서 활동능력 평가 결과가 52점 이하 ▲의학적 평가결과 3단계로서 활동능력 44점 이하 ▲의학적 평가결과 2단계로서 활동능력 평가 결과 44점 이하 ▲의학적 평가 결과가 1단계로서 활동능력 평가 36점 이하 등이다.

이는 의료급여 1종으로 분류, 조건 없이 생계급여를 지급받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는 단계 외 즉, ‘근로능력 있음’에 해당하는 경우, 의료급여 2종으로 분류, 자활사업 참여조건으로 지급된다.

그렇다면 근로능력평가는 한 번만으로 끝날까. ‘없음’으로 판정받더라도 질환 상태가 변동될 수 있으므로 1년마다 정기적으로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단, 질환이 고착된 상태고, 4단계(근로능력 수행에 상당한 제한이 따르는 경우)인 경우에는 2년마다 평가한다.

만약, 평가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면 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관할 시군구(읍면동)에 이의신청을 하면 다시 평가 받을 수 있으며,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까지 제기 가능하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