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화장실의 출입문은 무거운 미닫이문이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장애인화장실이 있는데, 출입문은 역시 사용하기 힘든 접이식이다. ⓒ박종태

공립 특수학교인 여수 여명학교가 일부시설의 문제로 인해 신축건물의 준공을 연기하고, 재시공에 들어갔다.

여명학교 신축건물은 여수시 소라면 죽림리 일대 부지 2만5천여㎡, 건축면적 9천800㎡ 규모(지하 1층, 지상 3층)로 설계 때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예비인증 우수등급을 받았다.

예비인증은 본인증 전에 사업계획서 또는 설계도면 등을 참고해 주어지며, 본인증은 공사 준공 혹은 사용 승인 후 평가를 통해 최우수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나눠 부여된다.

이번 재시공은 계단과 벽면의 돌출 모서리가 매우 위험하게 만들어지는 등 일부시설이 위험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인데, 개선이 필요한 또 다른 장애인 편의시설은 없을까?

지난 4일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인권센터와 함께 공사 중인 여명학교 신축건물을 점검해 봤다.

ㅂ자 모양인 여수 여명학교 신축건물 1, 2, 3층에는 각각 남녀로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이 3곳이 있다. 1곳은 건물 중간에 비장애인화장실 입구, 2곳은 양쪽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각각 마련돼 있는 것이다.

비장애인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남녀장애인화장실의 출입문은 미닫이로 점검했을 때 열면 저절 닫히는 상태여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들은 이용하기 힘들었다.

내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용변기 등받이와 비상호출버튼이 없었다. 세면대 손잡이는 고정식으로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상하 가동식으로, 수도꼭지도 손을 대면 물이 나오는 감응장치로 교체가 필요해 보였다. 반면 휴지걸이는 사용하기 편한 최적의 위치에 설치됐다.

건물 중간 남성비장애인화장실의 경우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도 이용을 하는데, 입구 바로 앞에 직사각형 기둥이 있어 점검할 때 출입을 할 수가 없었다.

양쪽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된 남녀장애이화장실 2곳을 이용하려면 손이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은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비장애인화장실의 무거운 미닫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접이식 출입문인 장애인화장실을 만나기 때문이며, 내부도 불편한 점이 있다.

장애인화장실 내부를 살펴보면 공간이 좁아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들은 출입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세면대와 비상호출버튼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용변기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이 옮겨 앉기 힘든 위치에 설치됐을 뿐만 아니라 등받이도 없었다.

세면대의 경우 장애인화장실에서 밖으로 나가 사용해야하는데 손잡이가 없어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학생은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다.

양쪽 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에는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만져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점자표지판, 밑바닥에는 점자블록이 양호하게 설치됐다.

건물 계단에는 손잡이가 우측방향 한곳에만 설치돼 있어, 좌측에도 설치해야 한다. 2층과 3층 계단 난간 추락방지 시설은 설치 중이었다.

건물 내부 좌측에 화재 등 재난 시 대피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경사로도 문제였다. 층마다 방화셔터가 설치돼 있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오히려 대피할 수 있는 길을 막는 등 더욱 위험해 보였다. 경사로는 외부 벽에 설치해 화재 등 재난 시 신속히 탈출을 하도록 해야 이 같은 위험을 막을 수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이 급하게 내려오다 경사로 중간 참부분과 벽에 부딪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딱딱한 보호대 대신 푹신한 보호대를 설치해야 한다.

건물의 벽면 돌출 모서리에는 보호대가 없었는데, 이는 이미 문제가 제기된 사안으로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건물과 연결된 체육관을 살펴보면 장애인화장실은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마련됐다. 따라서 비장애인화장실 여닫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또 접이식인 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을 통과해야 이용할 수 있다. 내부는 건물 비장애인화장실 내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의 상황과 같았다.

샤워실의 출입문은 미닫이이며, 턱이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의 심각한 불편을 초래했다. 3개의 샤워기는 모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을 고려하지 않고, 높게 설치됐다. 벽에 의자가 설치됐지만, 손잡이가 없는 등 옮겨 앉기 위험한 것으로 점검됐다.

체육관 출입구에는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은 화재 등 재난 시 홀로 신속히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와 관련 전만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건립을 하면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예비인증 우수등급을 처음 받았는데, 경험 부족으로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 “학교와 협의해 불편한 사항을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체육관 출입구에는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은 화재 등 재난 시 홀로 신속히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박종태

1, 2, 3층 건물 중간에 비장애인화장실 입구 옆에 마련된 남녀장애인화장실 내부는 공통적으로 용변기 등받이와 비상호출버튼이 없었다. 세면대 손잡이는 고정식으로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상하 가동식으로, 수도꼭지도 손을 대면 물이 나오는 감응장치로 교체가 필요해 보였다. 반면 휴지걸이는 사용하기 편한 최적의 위치에 설치됐다. ⓒ박종태

1, 2, 3층 양쪽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된 남녀장애이화장실 2곳을 이용하려면 손이 불편하거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은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비장애인화장실의 무거운 미닫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접이식 출입문인 장애인화장실을 만나기 때문이다. ⓒ박종태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마련되 장애인화장실 내부는 공간이 좁아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들은 출입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세면대와 비상호출버튼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용변기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이 옮겨 앉기 힘든 위치에 설치됐을 뿐만 아니라 등받이도 없었다. ⓒ박종태

1층 비장애인화장실 안의 세면대에 손잡이가 없어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학생이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다. ⓒ박종태

체육관 사워실 출입문은 미닫이인데다, 턱이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학생은 출입하기 힘들다. ⓒ박종태

건물 내부 좌측에 화재 및 재난 시 대피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경사로도 문제다. 층마다 방화셔터가 설치돼 있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오히려 대피할 수 있는 길을 막는 등 더욱 위험해 보였다. 경사로는 외부 벽에 설치해 화재 등 재난 시 신속히 탈출을 하도록 해야 이 같은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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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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