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김포한강신도시 인근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 김포시장애인복지관이 지난해 12월 17일 준공했다.
여기에는 ▲1층: 안내사무실, 인터넷검색실, 수치료실, 장애아전담어린이집, 감각치료실 ▲2층: 상담실, 심리평가실, 주간보호센터, 방과후교실, 언어·인지음악치료실, 진료실, 물리치료실, 부모대기실 ▲3층: 소회의실, 강좌교실, 관장실, 상담실, 통합사무실, 자료실, 시각장애인안마실, 보호작업장 ▲4층: 대강당, 대회의실, 식당, 휴게실, 체력단련실 등을 갖추고 있다.
재단법인 인천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에서 김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며,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예비인증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추후 개발원의 심사를 거쳐 통과하면, 본인증을 받게 된다.
설계 때부터 최우수 등급을 받은 건물답게 장애인들이 안전하고,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을까? 지난 4일 직접 방문해 직원과 함께 둘러본 결과, 말끔한 외양에 비해 건물 내부는 실망스러웠다.
먼저 건물에는 화재 및 재난 시 대피할 수 있는 경사로가 없고, 3층과 4층에 각각 배란다가 설치됐다.
3층의 경우에는 배란다가 2곳 설치돼 있지만 한쪽의 경우 바닥이 화재 발생 시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는 목재였다. 또 다른 한곳은 반은 시멘트, 반은 목재였는데 그 사이에 턱이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시멘트 바닥 쪽으로 이동할 수 없었다.
4층의 경우에는 바닥은 타일로 불이 옮겨 붙을 걱정이 없었던 반면, 난간은 지적장애인들이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낮아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었다. 또한 대강당 뒤쪽에 구조대(미끄럼틀)가 있는데, 장애인들의 사용이 힘들어 보였다.
4층 대강당의 경우 단상으로 들어가는 여닫이 출입문 앞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출입이 힘들었다.
남녀장애인화장실은 1층∼4층 모두 남녀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됐다. 따라서 장애인들은 미닫이문인 비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 뒤 접이식인 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특히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의 경우 이용이 힘들고, 문고리 잠금장치도 사용하기 어렵다.
장애인화장실 내부에는 용변기 등받이가 없다. 손과 발로 눌러 작동하는 세정장치도 없어 장애인들이 용변을 본 뒤 레버를 눌러 물을 내려야 한다.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의 경우 물을 내릴 때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 비상호출버튼과 휴지걸이는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높은 곳에 설치됐다.
세면대는 없어 밖으로 나가 비장애인화장실에 설치된 세면대를 사용해야 했는데, 밑에 수도파이프가 있어 휠체어장애인의 이용 불편을 초래했고 세면대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아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사용하다 자칫 넘어질 우려가 있었다.
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성별을 알려주는 점자표지판, 그 밑바닥에 점자블록이 잘 설치됐다.
특히 1층∼4층 비장애인화장실 입구 가운데에 가족화장실 1곳씩이 마련돼 있지만 1층만 출입문이 터치식자동문이며, 나머지는 모두 미닫이 출입문이다. 내부는 좁은데다 세면대가 손잡이도 없이 용변기 앞에 설치돼 있어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용변기 등받이는 없고, 비상호출버튼과 휴지걸이는 사용하기에는 조금 높은 위치에 설치됐다.
건물의 모든 각 실 출입문은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열고 닫기 힘든 미닫이였다. 출입문 옆 벽면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실과명 점자표지판이 설치됐지만, 그 밑에 점자블록이 없었다.
1층의 수치료실은 입수할 수 있는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설치된 기계를 이용해서 들어가야 한다. 또한 장애아동들이 이용하기에는 깊기 때문에 물을 가득 채웠을 경우에는 구명조기를 입고 수중재활치료를 받아야하고, 물 높이를 낮췄을 경우에는 부유물을 걷어내야 한다.
수치료실 탈의실 3곳의 출입문은 여닫이, 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은 접이식으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 등의 이용 불편을 초래한다.
건물 입구에 설치된 점자안내판은 시각장애인들이 손가락으로 점자를 읽기 불편한 부식형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재난 시설과 관련 "재난 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어 개선해야할 점이 있다면 개선할 것"이라며 "수치료실도 (성인과 아동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화장실의 경우) 개선을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밝힌 뒤 예산을 지원 받아야 하는 등의 절차들 때문에 난감한 상태임을 나타냈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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