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청 신청사 별관동 장애인화장실 내부에는 등받이, 세면대 손잡이가 미설치된 반면 비상호출버튼과 휴지걸이는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됐다. ⓒ박종태

충남도청 신청사가 지난 2009년 7월부터 3년여 동안의 공사를 마치고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정무부지사실과 소방안전본부의 이삿짐을 옮긴 것을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이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신청사는 지하2층∼지상7층의 본청동, 지하2층∼지상5층의 의회동, 지하2층∼지상3층의 별관동, 지하2층∼지상2층의 문예회관으로 나뉜다. 특히 설계당시부터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예비인증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예비인증은 본인증 전에 사업계획서 또는 설계도면 등을 참고해 주어지며, 본인증은 공사 준공 혹은 사용승인 후 평가를 통해 최우수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나눠 부여된다.

본지는 공사 중이던 지난 10월 25일과 11월 5일 각각 방문해서 장애인편의시설을 점검한 바 있다. 특히 11월 5일에는 충남장애인단체들과 함께했다.

이때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모든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하지 못해 지난 17일 홍성에 사는 장애인당사자 및 보호자와 같이 방문해 둘러봤다.

4개 동을 연결하는 구름다리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이 계단, 비장애인화장실, 엘리베이터 앞에 향호하게 설치됐으며, 계단 손잡이에는 점자표지판이 잘 설치됐다.

반면 남녀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성별을 알려 주는 점자표지판이 없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전 점검에서 장애인단체들이 지적했던 장애인화장실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별관동은 1층과 2층, 나머지 3개 동은 1층을 제외한 각층의 장애인화장실이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있고, 각각의 출입문은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비장애인화장실의 여닫이문, 장애인화장실의 미닫이문을 연이어 열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문고리 잠금장치도 사용할 수 없다.

■별관동(지하2층∼지상3층)=4개 동 중 유일하게 3층은 제외한 1층과 2층에 장애인화장실이 비장애인화장실 입구 옆에 마련돼 있다. 출입문도 터치식자동문으로 중증장애인들이 이용이 편리하다.

내부에는 공통적으로 용변기 뒤 등받이, 세면대 손잡이가 미설치됐다. 휴지걸이, 비상호출버튼은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됐다.

3층 남녀비장애인화장실 내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을 살펴보면 출입문이 미닫이인 점만 빼고, 동일했다.

별관동의 남자비장애인화장실 소변기 양옆에는 손잡이가 설치돼 있었다.

■의회동(지하2층~지상5층)=지하는 모두 주차장이다. 1층의 남녀장애인화장실의 출입문은 터치식자동문이며, 내부는 공통적으로 용변기 뒤 등받이 세면대 손잡이가 없었다. 반면 비상호출버튼, 휴지걸이는 중증장애인이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됐다.

2층∼5층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 내부를 살펴보면 용변기 뒤 등받이와 세면대가 없었다. 세면대를 사용하려면 문을 열고 나가 비장애인들과 함께 사용해야 했는데, 양 옆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아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넘어질 위험이 있었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세면대 밑의 공간에 수도파이프 등이 있어 앞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불편했다.

남자비장애인화장실 소변기 양옆에는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4층 의회본회의장 단상에는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경사로가 잘 설치됐다. 하지만 도의원 좌석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없어, 만약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도의원이 되면 이동할 수 없어 미래를 대비한 개선도 필요해 보였다.

■본청동(지하2층~지상7층)=지하는 모두 주차장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1층에는 남녀장애인화장실이 비장애인화장실과 구분돼 따로 마련돼 있다. 총 2곳씩으로 민원실 뒤쪽, 사무실 근처에 있다.

내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비상호출버튼, 휴지걸이는 중증장애인이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됐으며, 세면대 손잡이도 설치됐다. 단 용변을 볼 때 중증장애인이 기댈 수 있는 용변기 등받이가 없었다.

특히 2층에는 장애인들이 많이 찾을 수밖에 없는 장애인복지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장애인화장실이 비장애인화장실에 마련됐다. 더욱이 비장애인화장실의 여닫이문, 장애인화장실의 미닫이문을 연이어 열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용 불편은 더욱 심각해 보였다.

남자비장애인화장실 소변기 양옆에는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문예회관(지하2층~지상2층)=앞서 설명한 대로 1층에는 남녀장애인화장실이 비장애인화장실과 구분돼 따로 마련돼 있다. 내부에는 용변기 뒤 등받이, 세면대 손잡이가 미설치된 반면 비상호출버튼, 휴지걸이는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됐다.

지하 2층 주차장, 지상 2층의 장애인화장실은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마련돼 있으며, 내부는 1층의 장애인화장실과 비슷했다.

대공연장에는 장애인좌석이 맨 앞에 보호자석과 함께 마련돼 있지만, 고개를 들어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고개가 아프고 시야가 좁아져 관람 편의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또한 무대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수직형리프트가 설치돼 있는데, 이 리프트는 이동하기 위해서는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무대 좌측에 출입문을 열고 나가면 무대와 연결된 경사로가 잘 설치돼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안전하고, 쉽게 무대로 접근할 수 있다.

같이 점검한 장애인의 보호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대부분 양호했지만 장애인화장실 만큼은 조금 심각해 보였다”면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예비인증 최우수 등급을 받은 건물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충남도청 신청사 공사 감리감독을 맡고 있는 충남개발공사 담당자는 “예비인증 최우수등급을 받을 때부터 장애인화장실은 4개동 1층에만 설치하도록 돼 있었지만, 장애인 단체 등의 문제 제기로 급하게 나머지 층은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부 장애인단체장들은 4개동 1층에만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하도록 하는 것을 알고도 예비인증 최우수등급을 부여한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원인 제공을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각층마다 장애인화장실을 따로 마련하고, 출입문을 터치식자동문으로 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열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충남도청 신청사 조감도. ⓒ박종태

4개 동의 공통점은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장애인화장실의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태

4개 동의 공통점은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장애인화장실의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뒤 미닫이문을 만난다는 것이다. 사진은 의회동 남자비장애인화장실 안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의 미닫이 출입문. ⓒ박종태

본청동 7층 비장애인화장실 세면대에는 손잡이가 없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이용이 힘들다. 이곳에는 장애인화장실이 마련돼 있고, 그 안에는 세면대가 없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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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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