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김원숙씨가 사고를 당한 뒤 볼라드에 걸려 다친 경위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박종태

시각장애인과 지방자치단체가 볼라드(차량 진입용 억제 말뚝)로 인한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원숙(여, 59세, 시각장애1급, 인천 부평구)씨는 지난 8월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사고임을 주장하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안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4월 30일 직장 인근인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의 J마트로 물건을 구입하러 가던 중 우체국 및 J마트 부근 횡단보도에 설치된 높이가 50cm 가량으로 낮고, 재질도 단단한 화강암인 볼라드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며 손을 짚어 오른손 팔목이 골절되는 전치 5주의 중상과 함께 무릎에도 타박상을 입었다. 5월 17일에는 10주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렇지만 안산시가 용적물배상보험을 들지 않아 치료비 및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자 김 씨는 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도움을 받아 법원의 판결을 구하게 됐다. 치료비, 위자료, 피해를 입은 기간 동안 업무를 하지 못해 발생된 일실손해액으로 총 1500만원 가량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건 장소에 설치된 볼라드가 ‘보도 설치 및 관리지침(2004년 12월)’과 ‘교통약자 이동 편의증진법(2006년 1월)’ 제정 이전에 설치 완료돼 관련 법령을 적용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용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조취를 취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다는 이유다.

현재 설치되는 볼라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자동차 진입 억제용 볼라드는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해 높이 80∼100㎝ 내외, 지름은 10∼20㎝ 내외, 간격1.5m 내외로 하고 재질도 보행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김 씨는 “돈 때문에 소송을 한 것이 아니라 안산시가 안일하게 대처해 시각장애인들을 다치게 한 것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4차 변론까지 진행됐지만, 안산시가 '이유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은 오로지 원고의 안전주의 태만에 있을 뿐 영조물 관리에는 어떠한 하자도 없고, ‘영조물에 걸려 넘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해 정도에 대한 입증 없이 과도한 금액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시는 법원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 해당 볼라드 설치 당시 규정이 없었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타당한 범위 내에서 설치해 이를 현행법 저촉 및 시설물의 하자로 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또한 관련 지침과 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설치된 시설물도 보행자와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시설물을 정비하고 있는 상황이며, 사고 지점은 김 씨가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생활권내로 충분히 볼라드를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김 씨가 제출한 4월 30일자 일반진단서는 안정가료기간으로 5주, 5월 17일자 진료소견서에는 10주가 명시돼 있는 등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출한 저축예금 거래명세표에는 사고 발생일인 4월 30일까지의 입금내역만 표기돼 있어서 이후 원고가 일을 하지 못하고 임금을 지급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실로암시각장애인자립센터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은 자주 다니는 길을 암기를 하고 다녀야 하고, 사고가 나면 안전주의 태만이냐”며 “현행 법규에 어긋난 볼라드 제품을 방치한 안산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된 최종 선고 공판은 내달 중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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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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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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