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 ⓒ에이블뉴스

故 김주영 활동가의 죽음으로 인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 정부로부터 활동보조 24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장애인들이 다시 길거리에 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31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 긴급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돌입했다. 첫 주자는 바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 활동보조위원장이자,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인 박현 소장(남, 38세)씨다.

초겨울 날씨로 접어든 쌀쌀한 날씨에도 박 소장은 활동보조 24시간을 촉구하는 피켓을 목에 건채, 묵묵히 시위에 돌입하고 있었다. 그는 앞서 사망한 김주영 활동가과 절친한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박 소장은 “김주영 활동가는 독특한 친구였다. 열의도 많았고, 자기 주장도 강했으며, 중증장애인이지만 자립생활을 위해 몸 바치던 친구”였다며 “안타까운 참사로 소중한 후배를 잃어서 너무 슬프다. 장애인의 삶을 외면한 보건복지부에 대한 분노가 가시지 않아 1인시위를 하게 됐다”고 첫 마디를 뗐다.

박 소장은 김 활동가처럼 홀로 생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나면 혹여나 있을 사고에 대한 걱정 때문에 김 활동가의 죽음이 남 일 같지 않을 터.

박 소장은 “현재 나도 혼자 거주하고 있다. 1급 중증장애인이지만, 활동보조 등급은 2등급이라서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총 113시간, 하루 3시간 남짓”이라며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주어진 시간에 몰아서 받다보니, 생활이 로봇처럼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소장은 “사무실에 있으면 도와줄 사람이 있어서 조금은 괜찮지만, 홀로 남겨져 있을땐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제2의,3의 김주영이 내가 될지 누가 아냐”면서 “우리의 요구에 ‘돈 없다’고 핑계만 대고 있는 복지부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2013년 5월이면 법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 대상자들의 재판정이 있어, 등급이 떨어질까에 대한 두려움도 너무나 크다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박 소장은 “재판정을 받게 되면 30%정도가 등급이 떨어지게 된다. 지금 현재 활동보조 시간도 부족해 죽겠는데, 여기서 더 떨어지면 대체 자립생활을 하라는 거냐”면서 “지금 활동보조 인정기준표를 개선한다고는 하는데, 환경적 요소가 추가되지 않은 항목뿐인 개선이면 하나마나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31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 긴급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돌입했다.ⓒ에이블뉴스

마지막으로 박 소장은 “모든 장애인들이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24시간 활동보조가 절실히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들이 있다”며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원하는 만큼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해야 맞다. 이런식으로 하다가는 장애인들이 김주영활동가처럼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함께 자리에 있던 박 소장의 활동보조인 한석윤(30)씨는 “2년정도 활동보조를 하고 있다. 활동보조를 하다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며 “최중증이신분은 신변처리를 스스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침에 출근하면 실례를 하실때가 많았다. 그래서 저한테 미안한 마음에 저녁에 맥주나 음료조차도 입에 안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씨는 “비장애인들은 느낄수 없는 아주 작은 사소한 것들까지 장애인들에게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아주 작은 턱을 넘는거부터 해서 아플때 전화조차도 못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정말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하신 분들에 한해서는 그렇게 하는게 맞지 않냐”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정부가 장애인활동보조 24시간 요구를 수용할때까지 무기한 1인시위를 멈추지 않을 예정이며, 긴급대책을 촉구하는 시위, 기자회견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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