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 모습. 이날 참석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이블뉴스

법률 전문가, 장애 단체 관계자 등이 실질적인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19대 국회 연구단체 국회장애인복지포럼(대표위원 : 최동익)은 3일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를 비롯한 토론자들은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른 장애 유형별 참정권 행사 시 한계점을 설명하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먼저 염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의 각 조항들을 나열해가며 이로 인해 시각·청각·발달장애 등이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참정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거주시설 기표소만 설치 규정…대리투표 우려

공직선거법 제149조 2항에는 30명 이상의 거소투표 부재자신고인을 수용하고 있거나 30명 미만의 거소투표 부재자신고인을 수용하고 있더라도 후보자·선거사무장·선거연락소장의 요청이 있을 때 거소투표를 위한 기표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 염 변호사는 “장애인생활시설 원장 등이 마음대로 부재자신고를 하고 장애인들을 대신해 기표하는 대리투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기표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됐지만, 투표관리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후보자 쪽에서 원하면 한 명이 참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을 뿐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선관위 직원이나 위촉원 등 투표사무원이 직접 나와 관리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이 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투표 관리는 시설장이나 보조교사 등 시설종사자가 맡게 될 것이며, 대리투표가 이뤄졌던 이전의 선거 환경과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정책홍보국장도 “기표소만 설치하게 했을 뿐 실질적인 투표소 관리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당초 법 취지에 맞게 각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 중 정당추천위원이 아닌 1인 이상의 위원을 지정해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관리를 시설장이나 생활교사 등 시설종사자들이 여전히 맡게 돼 이전 선거환경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시설 장애인의 참정권은 여전히 불투명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은 국장은 일례로 지난 2000년 대전지역 재보궐선거에서 A요양원의 시설장이 거주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부재자 신고를 허위로 한 뒤 생활교사가 대신 기표한 참정권 침해 사례를 들었다.

이에 따라 은 국장은 "거소투표의 대상시설의 범위를 국가인권위원회법 시행령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수인보호시설(정신보건시설, 노인복지시설 등) 중 거소투표 사유에 해당하는 시설들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 또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거소투표를 신청할 경우나 거주자의 부재자신고서의 필체가 유사한 경우 대리신청을 의심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대리신청 방지와 관련 "철저히 진상조사 후 대리신청이 밝혀진 경우 공직선거법 제247조에 따라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벌금)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투표 시 보조인 동반 가능 범위 ‘신체의 장애’…개선 필요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6항에는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염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기존의 선거공보 등을 통해 선거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규정 된 보조인 동반 가능 범위는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염 변호사는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은 기존에 나와 있는 선거공보나 방송을 통해 선거에 관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 투표절차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적·자폐성장애인들의 투표권 행사가 의사능력과 인지능력 수준을 이유로 거부 되서는 안 된다”며 “보조인 동반 가능의 범위를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한정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적장애인도 선거와 투표절차에 관한 정보를 얻어 적절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관위에서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선거에 대한 소개와 투표절차와 관련한 안내서 발간, 후보자가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공보물을 제작할 것을 권장할 필요성도 있다”고 제시했다.

은 국장도 그동안 발달장애인이 선거에 참여 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며,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은 국장은 "발달장애인에게 선거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후보자가 유권자인 발달장애인과 어떻게 소통하고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은 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 항목에 보완·대체 의사소통 도구 규정의 근거를 활용해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공보물을 제작하고, 선거절차에 대한 안내서 등을 발간해 발달장애인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신기 선거1과장은 “현행 법(공직선거법)의 한계성은 있을 수 있지만, 선관위 내에서도 투표소 접근성 및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관련 장애단체의 개선 요청사항도 받고 있다"면서도 “법 개정보다는 (선관위 내에서) 지침이나 관리규정 보완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보건복지부 차현미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복지법 규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차 과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복지법은 국가와 지자체에 장애인의 정당한 참정권·선거권 행사를 위한 편의제공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장애인선거법은 관련 규정이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어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향후 공직선거법이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복지법의 규정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차 과장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거주시설 내 장애인들의 투표권 행사가 최대한 이뤄지도록 하고, 지도·감독을 통해 대리투표 등 부정선거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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