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한 횡단보도 부근에 보행안전구역이 조성된 모습. 양 옆으로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어두운색 대리석이 설치됐다. ⓒ박종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사업본부는 충남 세종시 인도에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도움이 안 되고, 심각한 불편을 주는 '보행안전구역'을 만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보행안전구역임을 알리고 길을 안내하기 위해 어두운색의 대리석을 인도 양쪽 끝에 길게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은 빛조차 볼 수 없어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과 거리, 빛, 색상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저시력으로 나뉜다.

이로 인해 어두운색 대리석이 깔리면 시각장애인이 흰 지팡이나 발로 눌렀을 때 안내하는 점자블록이라고 느낄 수 없다. 또한 저시력 장애인들은 검은색 웅덩이로 보여 구분이 힘들다. 따라서 자칫 보행안전구역을 벗어나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서울시도 지난 2009년 8월부터 보행안전구역을 만들면서, 어두운색 대리석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됨에 따라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중증장애인들과 장애인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커뮤니티맵핑 제작에 나서 던 중 서소문 보행안전구역에 설치된 어두운색 대리석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어두운색 대리석이 설치된 보행안전구역은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세종사업본부가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어두운색 대리석을 설치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대학의 한 연구소가 2007년 3월 만든 책자에 의해 공사를 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 관련 단체의 자문을 전혀 구하지 않았다는 것.

세종사업본부 담당자는 "건국대학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만들기 연구소'에서 발행한 '행정복합도시 장애물 없는 도시·건축설계 매뉴얼'을 참고해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시각장애인 관련 단체의 자문은 구하지 않았고, 개선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후에 만난 세종사업본부 책임자는 "장애인들의 의견을 수렴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종사업본부가 진행 중인 횡단보도 턱 낮추기 사업도 문제가 있었다. 점자블록은 턱 위에 잘 설치했지만, 횡단보도의 폭과는 무관하게 연석 경사로의 경사가 가파르고 좁아 휠체어 바퀴가 턱에 부딪쳐 넘어질 위험이 있다.

보행안전구역 공사 모습. 양쪽 끝에 어두운색 대리석을 설치하고 있다. ⓒ박종태

보행안전구역 공사 모습. 양쪽 끝에 어두운색 대리석을 설치하고 있다. ⓒ박종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중증장애인들과 장애인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커뮤니티맵핑 제작에 나서 던 중 서소문 보행안전구역에 설치된 어두운색 대리석에 대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종태

세종사업본부가 진행 중인 횡단보도 턱 낮추기 사업도 문제가 있었다. 점자블록은 턱 위에 잘 설치했지만, 횡단보도의 폭과는 무관하게 연석 경사로의 경사가 가파르고 좁아 휠체어 바퀴가 턱에 부딪쳐 넘어질 위험이 있다. ⓒ박종태

인도 턱 낮추기를 하려면 사진처럼. ⓒ박종태

세종사업본부 담당자가 공사에 참고하고 있다고 밝힌 건국대학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만들기 연구소'에서 발행한 '행정복합도시 장애물 없는 도시·건축설계 매뉴얼' 표지.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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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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