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2급 김춘자씨는 6년이후 사망선고가 내려지는 전동휠체어 내구연한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에이블뉴스

"배터리 지원만 되면 10년도 넘게 탈수 있는 전동휠체어, 왜 6년 뒤에는 사망신고가 내려져야 하는 거죠?"

장애인에게 보장구는 이동·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품이다. 이러한 신체장애를 보조할 수 있는 보장구는 건강보험 대상자, 의료급여 수급자로 나뉘어 보장구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전동휠체어가 오히려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는 지체2급 김춘자씨(가명·69)는 첫 마디부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김씨가 지난 2005년부터 사용해오고 있는 전동휠체어의 배터리가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언제나처럼 배터리를 지원받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미리 유선 상으로 지원 승인을 받았다.

건강보험 대상자인 김씨가 원가 16만원의 배터리를 지원받게 되면 건보공단이 80%인 12만8000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김씨는 3만2000원의 본인 부담금만 내면된다.

건보공단의 배터리 교체 승인을 받게 되자, 김씨는 평소 이용하던 복지관에 달마다 보장구 수리를 위해 방문하는 H업체에 배터리 교체를 요청했으며, 교체를 완료하고 후련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배터리 교체 이후 다시 걸려온 H업체의 말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

H업체는 김씨의 배터리를 교체한 이후 청구서류를 건보공단에 제출했으나, 건보공단 측에서는 그녀가 "지원대상이 아니다"라며 서류를 반송, 100%에 해당하는 원가 16만원을 김씨의 주머니에서 꺼내게 했다.

배터리 정부지원금은 전동휠체어를 구매한 이후 18개월부터 내구연한인 6년까지 받을 수 있다. 그 이후에는 보장구를 새로 구입하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배터리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즉, 보장구를 구매하고 4년 6개월 안에서만 배터리 지원금이 주어지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5월 내구연한 6년이 만료돼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배터리 교체에 앞서 건보공단에 미리 승인을 받은 김씨는 억울할 따름이다. 처음부터 만료된 상태라 지원이 안 된다고 말을 해줬더라면 섣불리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았을 것이란 거다.

김씨는 "배터리 하나에 1년 6개월 정도 사용하는 것이 기본적인데, 16만원은 너무나 경제적 부담이 큰 부분이다. 만약 공단에서 처음부터 지원이 안 되는 대상이라고 말했더라면 무료충전소를 다니면서 하루하루 충전하고 다녔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휠체어는 6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데, 왜 6년이 지나면 보장구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209만원을 지원해주느니 그냥 16만원의 배터리만 지원해주면 모든 부분에서 해결이 되지 않나싶다"고 덧붙였다.

며칠 전 같은 일을 겪었다던 기능장애인협회 마포지부 한기원 회장도 충분히 공감한다며 김씨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한 회장은 “배터리가 만료돼서 업체를 통해 교체를 했더니 공단에서 만료됐다고 세금계산서를 반송해 16만원 전부를 결제하라고 해서 당황스럽다”며 “휠체어는 6년이 아니라 10년도 더 쓸 수 있는 물건인데, 손톱만한 배터리 때문에 그 큰 휠체어를 새로 사야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휠타모(전동휠체어타는사람들) 장흥재 회장은 "나도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충분히 10년도 넘게 탈 수 있다. 주변에서도 같은 피해자들이 있으며, 공단에서도 이 같은 민원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회장은 "배터리가 아닌 새로 구매하게 하는 제도는 분명 예산낭비다. 209만원의 휠체어를 지원하느니 차라리 6년 이후에도 충분히 탈 수 있는 휠체어의 배터리만 지원하면 되지 않나"며 "수급자 같은 경우는 년수를 아예 물어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년수 따질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냐"고 피력했다.

이에 전동휠체어 H업체 관계자는 "수급자의 경우 배터리를 지원받을 때 구청에서 적격여부를 심사한 후 지원을 받고 있지만 건강보험 대상자일 경우 법상 심사여부가 없어서 사후 피해사례가 종종 일어나는 편이다. 배터리를 교체하고 세금계산서 서류를 보냈더니 만료됐다고 서류 반송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휠체어를 잘만 사용하면 10년도 넘게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6년이 지난 이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80%를 지원해줘도 본인이 20% 부담해야 하고, 좋은 것을 사용하려고 또 추가로 지불하는 돈이 있다. 차라리 그냥 배터리를 년수에 상관없이 지원을 하는 게 모두에게 좋지 않냐"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에서도 전동휠체어 내구연한 년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을 위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당사자는 언제 전동휠체어를 샀는지 날짜를 선행 확인한 후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 절차를 무시하고 배터리를 교체해 나중에 서류가 반송됐다고 민원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다. 유선 상으로 통화해 승인을 받았다고는 하나 정확한 날짜나 데이터는 본인이 확인해야 한다"며 "당사자분들이 먼저 본인이 전동휠체어 산 날짜를 확인해서 교체해 피해를 방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내구연한 6년 범위를 정해놓은 것은 전동휠체어를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보다 단체나 타인에게 무료로 받아 악용하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제한을 둔 것이다. 하지만 직접 구매를 한 분들도 있고, 6년이 지났다고 해도 별 탈 없이 계속 이용하신 분들이 있어서 내구연한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복지부와 공단차원에서 여러 가지 측면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보공단 관계자는 "전동휠체어 배터리 지원 관련 민원이 지사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민원이 제기된 만큼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단계이지만, 아직은 첫 단추에 불과하다"며 "연구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청취해야 하고 제도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이다. 문제점에 대해 검토하는 중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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