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박초롱 기자
11일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 판사가 배석한 재판이 언론에 공개됐다.
다른 배석판사의 손을 잡고 법정에 들어온 최 판사는 자리에 앉아 검은색 노트북에 연결된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았다.
당황하거나 버거워보이는 기색은 없었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이어폰과 컴퓨터를 통해 일반인과 비슷한 속도로 자료를 훑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시각장애인인 최 판사가 참여한 서울 북부지법 제11민사부 재판은 여느 재판과 조금도 다름없이 진행됐다.
최 판사는 부장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업무를 수행해 나갔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란 우려를 일축시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재판이 끝난 뒤 경쾌한 걸음으로 인터뷰 자리에 등장한 최 판사는 시종일관 환한 얼굴로 신임 법관다운 당찬 모습을 보였다.
최 판사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변화"였다.
"변화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 판사가 처음 들어온 것부터 업무 시스템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는 것까지 모두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최 판사가 북부지법에 발령받으면서 그간 법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북부지법은 최 판사를 위해 건물 내외부에 점자유도블럭을 설치하고 업무지원실을 만들어 음성파일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업무보조원을 고용해 최 판사에게 기록을 낭독해주거나 컴퓨터로 문서화해 주면 음성으로 변환해 이를 들으면서 판결문을 작성하는 등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최 판사는 "임명 전 느꼈던 두려움이 조금씩 사그러들고 있지만 '판사'로서의 무게감이나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낀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는 "시각장애인 판사란 점에 대해 다른 사람들 뿐 아니라 저 역시 걱정하고 있지만 국민들과 법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쑥쓰러운 웃음을 지었다.
최 판사는 실제로 업무 외에도 연구회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으며, 북부지법 내 동호회인 방송반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warmheartedcr@cbs.co.kr/에이블뉴스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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