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죽음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장애인들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겠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었습니다."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극한 사막 마라톤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1급 시각장애인이 이번에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전진기지 등반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 송경태(51)씨.

송씨는 지난 21일 오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전진기지(4천130m) 등반에 성공해 무사히 귀국했다.

그는 지난 15일 한국산악회 전북지부 구조대장 등 2명과 함께 출국했고, 등반에 나선지 4박5일 만에 전진기지에 올랐다.

안나푸르나 정상(8천91m)은 전문가조차 등정하기 힘든 곳이라 송씨 일행은 전진기지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등반 목표를 잡았다.

안나푸르나는 산세가 험난한 데다 하루에도 수 차례씩 돌변하는 기상과 수시로 눈사태가 발생해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로 꼽힌다.

험준한 산악을 등반하는 이유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데 있기에 안나푸르나는 많은 산악인의 도전 본능을 자극했다. 박영석씨 등 전 세계 많은 산악인이 이 곳에서 사고로 실종되거나 세상을 떠났다.

이미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마라톤 등 4대 극한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송씨지만 이번 등반은 과거 대회보다도 힘겹기만 했다.

현지 기온이 영하 20∼30도에 이르는 데다 산소도 희박해 심한 고산병 증세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안나푸르나에 발자국을 남겼다.

그는 전폭적인 지원을 한 가족과 자신을 묵묵히 지켜보는 수많은 장애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2년간 지리산과 모악산 등지에서 이를 악물고 땀을 흘렸다.

매일같이 30분 이상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 하체근력 강화훈련 등 기초체력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송씨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오르다보니 한 가지 매듭을 짓게 된 것뿐"이라며 "남들보다 힘이 들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2년 군 복무 중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의 시력을 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을 주고자 사회복지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점자 주간지 기자로 일하던 그는 2000년 전주에 시각장애인도서관을 열고 점자판 전국여행 가이드북, 아동문학 전집, 촉각점자 동화전집 등을 발간하는 등 장애인 권익에 힘쓰고 있다.

그는 내친김에 2년 후 아프리카대륙 최고봉 킬리만자로(5천800여m) 정상 등정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씨는 "장애인으로서 겪는 일상의 어려움에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또 다른 세상에 대한 희망을 얻는다"며 "앞으로도 북극과 아마존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등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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