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조태임 기자

옛 동대문종합운동장 자리에 생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보도에는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점자블럭이 없다.

이 곳뿐만 아니라 강남역과 대학로 일대 등 25개 자치구가 선정한 디자인거리 30여곳도 마찬가지다.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디자인 서울거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쾌적하고 아름다운 거리' 조성이 이뤄지면서 디자인거리로 선정된 구역에서는 노란색 점자블럭이 사라지고 있다.

대신 시각장애인에게 보행안전구역임을 알리고 길을 안내하기 위해 어두운 색의 화강석 경계석이나 표면이 거칠게 튀어나온 돌들을 깔고 있다.

이에 대해 시각장애인 편의증진센터 김태형 팀장은 "화강 재질은 색상을 넣기 힘들고 채도만 조절 가능하다"며 "주변 도로와 대비되는 색으로 해야 되는데 대부분 (주변 보도와 비슷한) 회색계열로 돼 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은 장애등급에 따라 크게 빛조차 볼 수 없어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전맹과 거리나 빛, 색상에 따라 사물을 구분하는 저시력으로 나뉘는 데 시각장애인의 80%가 잔존시력을 가진 저시력자다.

이들은 촉각뿐 아니라 시각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사물을 판별하기 때문에 점자블럭의 색은 주변 도로와 구별할 수 있는 유채색을 써야 한다.

하지만 디자인거리에서는 노란색 점자블럭을 거둬내고 그 자리에 어두운색의 화강석 경계석이나 표면이 거칠고 균일하지 않은 돌을 깔아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각장애인 연합회 관계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의 거친 돌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시각장애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넘어지고 다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 관계자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민원이 많았다."며 "새로운 방안을 강구중이다"라고 해명했다.

사정이 이럼에도 서울시의 해명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시관계자는 점자블럭을 없앤 이유에 대해 "구두를 신은 여성들이 점자블럭에 발이 끼고, 휠체어 탄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은 지난 20여년 간 지속적으로 확대된 소수자를 위한 사회적 합의였다. 그러나 소중한 사회적 합의가 겉모양만 중시하는 '디자인'에 밀려 파기되고 있다.

점자블럭이 사라진 데 대해 시각장애인 김 훈 (37) 씨는 "점자블럭은 우리의 길이다. 길을 잃은 느낌이다"며 착잡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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