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내 인터넷에는 '지하철 무개념녀'가 화제였다. 한 여성이 안내견과 함께 지하철을 탄 시각장애인에게 "지하철에 큰 개를 데리고 오냐. 미쳤냐. 당장 치워라. 내겐 상당히 더럽다"며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다. 이 여성의 소란은 심각해졌고 지하철을 멈추는 상황을 만들기까지 했다고. 이에 시각장애인 당사자는 굉장히 난감해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목격자, 네티즌 심지어 연예인까지 일제히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과 발"이라며 안내견에 대한 국민 의식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시각장애인안내견은 실제 '시각장애인도우미견'으로 불린다. 양성된 지 약 20년이 다 돼 가나 여전히 도우미견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이번 ‘지하철 무개념녀’와 같은 사건은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 시각장애인도우미견이 왜 필요한지, 어떤 일을 하는지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해야만 또 다른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도우미견', 시력상실 군인 위해 등장

1차 세계대전 직후 처음 등장한 시각장애인도우미견. 화학무기에 노출된 군인들이 시력을 잃었고 독일에선 이들을 위한 시각장애인도우미견학교가 처음 생겨났다. 197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에 장애인도우미견센터가 퍼져나갔고, 세계도우미견협회도 만들어졌다. 특히 세계적으로 시각장애인도우미견 훈련이 유명한 영국에선 매년 800여 마리의 시각장애인도우미견이 무상 분양되고 있다.

시각장애인도우미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해 보행 중 장애물을 피해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위험물을 인지시켜 준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돕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도우미견이 주인의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인이 어느 정도의 지시, 예를 들어 길을 가다 왼쪽으로 가겠다고 도우미견에게 신호를 줘야, 도우미견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지체장애인에게 휠체어를 갖다주고 있는 지체장애인도우미견의 모습. ⓒ에이블뉴스DB

시각장애인도우미견은 ‘영리함’과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주변 환경에 영향 받지 않고 주인만을 위한 길을 가려면 영리함과 침착함은 물론 사납지 않아야 하며, 위험에 처한 주인을 밀어낼 수 있는 힘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건에 맞는 종은 골든 리트리버나 라브라도 리트리버 등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혹독한 훈련만을 통해 도우미견에 적합한 개가 만들어지는 줄 알지만, 실제 도우미견에 적합한 성격과 특징을 가진 개만이 도우미견을 할 수 있다.

‘도우미견에 적합한 성격을 가졌다’고 선발된 후보견들은 '퍼피워킹'이라고 해 1년 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일반 가정에서 키워지기도 한다. 퍼피워킹을 마친 후보견은 이후 본격 훈련을 받는다.

훈련은 식사와 배변 등의 기초 훈련에서부터 진행상 장애물피해가기, 교통신호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보행 및 교통 훈련과 복종 훈련, 자율훈련 등이다. 자율훈련은 주인의 명령이 있다고 해도 위험이 있을 땐 명령에 따르지 않도록 하는 훈련을 말한다. 길게는 1년 가까이 진행되는 훈련 뒤 최종 도우미견으로 거듭나는 후보견은 약 3-40%에 불과하다.

훈련을 마친 개는 최종 평과를 받고 장애인들에게 무료 분양된다. 분양은 분양신청과 서류심사, 면접과정을 통해 이뤄지며, 선정된 분양자는 도우미견과 함께 몇 주간의 분양교육을 받아야 한다.

□국내 장애인도우미견 시설은 단 두 곳, 지원은 미비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국내 장애인도우미견 시설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와 삼성안내견학교 단 두 곳이다. 한 도우미견을 훈련하는데 드는 비용은 연 3천여만원. 하지만 도우미견에 대한 정부 지원은 미비하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장애인보조견 전문훈련기관' 1개소, 즉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지원 비용으로 연 1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2008년 정하균(미래희망연대) 의원이 국정감사 시 예산지원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이뤄진 것.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가 받는 정부지원금 1억원은 도우미견을 양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복지부는 내년에도 ‘장애인보조견 전문훈련기관’ 지원예산에 1억원을 편성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으로 2억원을 고려했으나, 논의 중에 1억원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보조견 표지에 대한 관리를 시행하고 있을 뿐, 현재 도우미견의 구체적인 규모 등에 대한 내용파악조차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도우미견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도우미견은?

장애인도우미견은 크게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도우미견 △치료도우미견 으로 나눌 수 있다. 청각장애인도우미견은 청각장애인의 집 안에서 함께 생활하며 청각장애인의 일상을 돕는데, 초인종이나 아기울음, 밥솥, 물주전자, 화재경보 등 소리가 발생하는 모든 것에 대해 주인에게 알려준다.

지체장애인도우미견은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의 일상생활 동작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데, 전화 등의 물건을 가져오거나 전등 스위치 작동, 옷 갈아입기 등을 한다. 동물매개치료의 방법인 치료도우미견은 정신보건장애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접촉하며, 사회화 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시각·청각·지체장애인·치료도우미견을 양성하며, 삼성안내견학교는 시각장애인도우미견과 탐지견 양성을 하고 있다. 삼성안내견학교는 청각장애인도우미견 양성도 진행했으나, 지난해 삼성 계열사 에버랜드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중단한 상태다.

□도우미견 만났을 때 우리가 할 일!

도우미견은 복지부가 발행하는 ‘장애인보조견 표지’를 부착하고 다니는데, 이 표지를 부착하면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이나 식당, 극장 등 공공장소도 당당하게 출입할 수 있다. 그렇기에 표지를 부착한 도우미견의 출입을 막아선 안 된다. 장애인복지법 40조는 장애인보조견 표지가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없이 출입을 거부한 사람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길을 가다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귀엽다고 쓰다듬는 경우가 많은데, 시각장애인도우미견을 만났을 땐 절대 금물이다. 시각장애인도우미견은 복잡한 지하철 등에서 오로지 시각장애인을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기특하다’고 쓰다듬는 행동은 도우미견의 집중력을 흐릿하게 만들어 자칫 장애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또한 음식을 마음대로 주면 안 된다. 도우미견은 정해진 시간에 주인이 주는 사료만 먹도록 훈련돼 있어 음식을 주게 되면 경로 이탈 등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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