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아침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를 방영하고 있는데 기획의도를 보면 ‘연속극의 생명은 편안함’이란다. 그러면서 ‘아침드라마=불륜, 막장’이라는 공식을 깨고, 그 두 가지가 아니어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니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기획의도가 그러함에도 ‘당신 참 예쁘다’는 전혀 편안하지가 않아 시청자 게시판에는 답답하고 짜증나고 스트레스만 쌓인다는 글만 가득하다. 출연하는 탤런트의 외모가 얼마나 예쁜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제목처럼 예쁘지도 않을 뿐더러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까봐 무섭다.

'당신 참 예쁘다'의 표지 ⓒMBC

고유랑(윤세아 분)은 제주도에서 리조트 연회부 계약직원으로 일하면서 박치영(김태훈 분)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박치영은 서울로 간 이후부터 연락을 끊었다. 고유랑은 슈가케익을 만들어 박치영에게 프러포즈를 하러 서울로 향했는데 공항에서 변강수(현우성 분)와 부딪히면서 엮이고 만다.

하는 수 없이 고유랑은 동장이신 아버지 고만석(박인환 분)과 어머니 김순이(이효춘 분)가 사는 집으로 들어 왔는데 집에는 언니 내외와 고모가 같이 살고 있다. 교사를 하다 휴직 중인 언니는 애기를 못 낳아서 고민인데, 동생 유랑이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고, 현재는 애기 아빠의 행방도 모르는 상태다.

그 무렵 유랑의 아버지 고만석이 태몽을 꾸었는데 큰 딸이 임신한 줄 알았다가 작은딸 유랑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는 노발대발 하는데, 집안 식구들에게는 변명할 여지도 없이 졸지에 변강수가 애기 아빠가 되고 만다.

박치영과 장밋빛 인생을 꿈꾸던 고유랑은 치영의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박치영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치영에게 이별 통보를 받으며 임신중절을 종용 받는다.

박치영의 아내 조안나(박탐희 분)는 자궁내막염을 앓아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라 일찍이 여자 아이를 입양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 조안나와 결혼한 박치영은 고유랑을 억지로 끌고 가 임신중절을 시키려고 하는데…….

'당신 참 예쁘다'의 기획의도 ⓒMBC

여기서 잠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임신중절이 금지되어 있다. 만약의 경우에는 임신중절이 허용되지만, 만약이란 아래의 다섯 가지 경우이다.

「모자보건법」(일부개정 2010.1.18)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고유랑의 임신중절은 「모자보건법」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지만 고유랑은 임신중절을 위해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그 병원은 「모자보건법」을 지키지 않았으므로「형법」(일부개정 2010.4.15) ‘제269조’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 병원은 왜 「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불법시술을 하려 했을까.

아무튼 고유랑은 수술대 위에서 뛰쳐나와 아무도 몰래 미혼모시설에 숨어 지냈다. - 그런데 수술대 위에서 뛰쳐나온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기나 할까.

미혼모시설의 입소 안내 ⓒ미혼모의집

실제로 미혼모시설에서는 미혼여성으로써 임신 또는 출산 후, 도움이 필요한 여성으로서 출산지원과 산후조리, 숙식보호 등 양육지원이 필요한 미혼모는 1년 동안 무료로 지낼 수가 있으며, 비밀도 보장되고, 출산 후의 아기는 입양을 보내거나 자신이 키울 수도 있다.

드라마에서 잠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와 보자. 지난 6월 23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영아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 안에 넣어 지하철 7호선 신풍역 물품보관소에 방치해 둔 혐의로 김 모(19)양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여행용 가방이 지난달 15일 신풍역에 맡겨진 것을 확인한 뒤 CCTV와 휴대전화 결제 내역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끝에 김 양을 붙잡았다 한다.

경찰에 의하면 김 양은 3년 전 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성과 관계를 지속해 오다 지난 7월쯤 임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지난달 31일 오전 7시 반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의 한 모텔에서 아이를 낳았다가, 아이가 숨지자 여행용 가방에 넣어 버렸다는 것이다.

김 양은 19살의 재수생이었다. 그가 한 행동은 절대로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형벌 이전에 사회적 여론의 질타가 더 따갑다. 그는 19살의 나이로 아이를 가졌으나, 가족들에게조차 알리지 못하고 혼자 끙끙거렸을 그 속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못해 씁쓸하다.

그는 임신 사실을 안 순간부터 여러 가지로 낙태 방법을 모색했을 터이지만 어디 한군데 도움을 청할 곳도 없이 불러오는 배를 안고 지옥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는 어쩌자고 혼자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죽자 시체를 유기까지 한 것일까.

지하철 보관함 영아유기 ⓒ네이버

이번 김 양의 경우에도 아버지는 김 양이 대학생인 줄 알고 학비도 넉넉하게 주었다고 하는데 과연 무엇이 김 양을 이런 길로 빠지게 한 것일까. 더구나 미혼모시설에 들어가면 아무도 몰래 출산을 할 수도 있고, 아기도 입양 보낼 수가 있는데 혼자서 아기를 낳고 유기까지 했다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중고등학교에서는 성교육 내지 부모교육으로 피임에 관한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아기를 가졌다면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미혼모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어디서라도 한 발짝만 내딛으면 그의 손을 잡아 줄 상담소 같은 곳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곳을 이용할 줄 모르거나 이용하기를 꺼리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어쨌거나 김 양은 구속이 되겠지만 미혼모시설에서 나온 고유랑은 어찌되었을까. 고유랑은 미혼모시설에서 아기(우주)를 출산했고, 이제는 고유랑의 집에서도 애기아빠가 박치영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변강수는 고유랑을 사랑하여 결혼을 꿈꾸지만 변강수의 외할아버지 서회장(박근형 분)이 우주가 변강수의 아기인 줄 알았다가 다른 남자의 아기라는 것을 알고는 고유랑에게 변강수와 헤어지라고 한다.

한편 박치영의 엄마 나명자(정애리 분)는 조안나가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른 채 아들 박치영이 무정자증인줄만 알고 있다가 어느 점쟁이에게서 아들에게 자식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고유랑과 우주를 찾아내어 아기를 뺏어가려고 별의별 수작을 다 부린다.

어느 날 고유랑이 집에 없는 사이, 엄마는 집 앞에 수박을 사러 나갔는데 나명자가 몰래 들어와서 아이를 안고 나간다.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자, 고유랑은 미쳐서 거리를 헤매고, 고모는 아이 유괴라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데 나명자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중에 고유랑이 나명자에게 아기를 찾으러 갔다가 조안나에게 빰을 두 대나 맞고도 고유랑은 말 한마디 못하고 질질 짜고 울기만 한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아기를 데리고 원주 어린이집으로 도망을 가는데 기차표를 카드로 구입해서 들키고, 한 학부모가 아기와 고유랑을 태워 주었는데 ‘유부남을 꼬여서 애까지 낳은 주제에 이번에는 동네 유부남한테까지 꼬리친다’고 어린이집 엄마들에게 둘러싸여 쥐어박히는 수모까지 겪는다.

'당신 참 예쁘다'의 시청자의견 ⓒMBC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고유랑이 자격도 없이 어린이집 교사를 할 수는 없으며, 아무리 고유랑이 밉다고 해도 어린이집 엄마들이 이렇게까지 무식하고 막돼먹어서야. 그리고 고유랑은 어린이집에서 애기(우주)와 같이 사는데 어린이집에 외부인인 조안나가 마음대로 출입해서 우주의 머리카락을 취해 가는데 세상에 이런 어린이집이 있을 수가 있을까?

고유랑은 천날만날 질질 짜고 울기만 하니까 사람들은 고유랑이 불쌍하다기보다는 짜증만 나고 아침부터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난리다. 나중에 고유랑에게 무슨 부귀영화를 보여 주려고 이렇게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당신 참 예쁘다’는 지금도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MBC 아침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에서 한 가지는 참 잘한 것 같다. 고유랑이 미혼모시설에서 아이를 출산한 것 말이다. 미혼모는 누구라도 미혼모시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으니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당신 참 예쁘다’는 4월 4일에 시작했는데 김 양이 출산한 것은 5월 31일이다. 드라마도 안본 사람에게 누가 뭐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마는 오호, 통재라! 영아시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김 모양도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까울 뿐이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