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역 대화방면 승강장에 있는 승객들이 사고가 난 곳을 쳐다보고 있다. ⓒ박종태

여성시각장애인이 활동보조인과 열차에 승차하다 승강장 틈새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사고 후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재경씨(여, 51세, 시각장애1급)는 지난 24일 오후 12시 27분경 활동보조인과 함께 3호선 압구정역 대화방면 승강장 8-3에서 지하철에 탑승하려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벌어진 틈새로 추락했다.

배씨는 오른쪽 다리가 빠지고, 엉덩이가 승강장 바닥에 닿을 정도였다. 다행히 왼쪽다리가 승강장에 걸쳐 있었고, 주위 시민들의 도움으로 대형 사고는 면했다. 하지만 기관사의 사고조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사고 현장을 조사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시민들이 기관사에게 사고 소식을 알렸고, 기관사는 현장 및 배씨를 살펴보고 압구정역에 연락을 하지 않았다. 결국 배씨는 지하철에 승차한 채 다섯 개 역을 이동, 충무로역에서 119를 통해 중구 백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압구정역 역장은 현장 조사에서 사고를 전혀 알지 못했고, 충무로역을 통해 뒤늦게 사고가 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시련은 “CCTV로 사고 현장을 보니 승객들이 붐비고 사고 현장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승객들이 뒤돌아보고 승객한분이 사고당사자 시각장애인을 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기관사는 달려왔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돌아갔고, 사고 당시 압구정역에 지하철이 3분간 머물렀음에도 압구정역에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씨는 “아픈 환자가 발생을 하면 가까운 역에 연락을 하고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 사고가 난 압구정역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충무로역까지 가서 119를 통해 병원으로 갔다”면서 “더욱이 아픈 환자보고 진료청구서를 충무로역까지 가져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배씨는 또한 “경기도 안양에 사는 데 일주일에 한번 진료를 위해 압구정역에서 가까운 한방병원을 찾는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3번이나 발이 빠진 적이 있어 이제는 지하철 타기가 무서워 진료를 받으러 갈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매트로는 ‘사고 후 조치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기관사가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종태

기관사는 사고 현장을 살펴본 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기관실로 돌아가고 있다. ⓒ박종태

압구정역 승강장은 곡선구간으로 지하철과의 이격거리가 넓어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박종태

여성 시각장애인의 추락 사고가 난 현장. 지하철과 승강장의 이격거리가 넓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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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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