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경상남도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에 위치한 경상남도진주수목원에 남편과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갔던 조명이(지체장애1급) 씨는 지금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남편이 밀어주는 수동휠체어를 타고 구경을 하던 중 배수로 덮개에 휠체어 바퀴가 끼어 휠체어와 함께 앞으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배수로 덮개는 빗물이 고이지 말라고 설치한 것으로 마치 창살처럼 일자형으로 생겼는데 수동휠체어 바퀴가 빠질 수 있을 정도로 촘촘하지 않았다. 배수로는 박물관으로 향하는 확 트인 공간에 꽤 넓게 설치돼 있어 옆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휠체어 바퀴가 빠지면서 앞으로 곤두박질친 조 씨는 무릎의 타박상과 넓적다리뼈 하단의 폐쇄성 골절로 전치 16주 진단을 받았다. 현재 진주복음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조 씨 가족에게 제보를 받고 지난 10일 수목원을 취재해보니 1993년 4월 5일 개원한 후 그동안 사고 없이 운영한 것이 신기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사고현장에서는 배수로 덮개를 씌우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원측은 전날 본지측의 취재 요청을 받고 부랴부랴 공사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장애인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요소는 배수로뿐만이 아니었다. 박물관으로 진입하는 경사로는 균열이 가기 시작해 경사로 시작되는 부분에 턱이 생겼다. 위로 올라가는 경사로에 생긴 턱은 휠체어장애인이 뒤로 넘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데, 상황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건물 계단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서 위험한 상태였다. 장애인화장실의 경우 남녀 공용인데다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여닫이문이 설치돼 있었다. 내부에는 비상시 도움을 요청하는 비상호출벨이 없었고, 손발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자동 세정장치도 없었다. 이러한 위험 및 불편 요소들을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원 관리담당 양정호씨와 사고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확인했다.
피해자 가족측은 지난 4월 5일 휠체어를 갖고 현장에 다시 방문해 사고당시를 재연하면서 사진 촬영을 했다. 피해자 가족측은 “배수로 덮개의 경우 간격도 넓지만, 용접한 부위가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다”면서 “이러니 장애인들이 무심코 지나가다가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남편 김이철 씨는 부인 조명이 씨가 하반신 마비로 통증을 못 느껴 부상정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수목원 구경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당일 얼음찜질만 해주었는데 갑자기 집에서 기절해 다음날 바로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가서야 대퇴부 골절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곧바로 수술을 받았고 경황이 없어 뒤늦게 수목원에 사고 소식을 전했다. 이에 수목원측에서는 수목원에서 사고 난 사실을 입증하라고 요구하고 나왔다.
치료비 및 보상비 문제와 관련해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원 관리담당 양정호씨는 “공제보험에 들어있는데, 보험처리 외에는 해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답변했다. 수목원측에서는 병원에도 찾아오지 않은 상태로 피해자 가족들은 분노를 하면서 형사 고발과 소송도 불사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남편 김 씨는 조 씨를 24시간 간병하고 있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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