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이렇게 계단이 높지? 이거 불편해서 타고 다닐 수 있을까?'
지난해 8월 중순, 새로 도입된 누리로호(Nooriro) 열차를 타고 충남 아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면서 '과연'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출입 계단이 너무 높은데다,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도 불편한 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무궁화호를 대신할 누리로호!
쾌적함은 만족, 편의시설은 불만족
코레일은 지난해 6월 1일 친환경 전기동차인 '누리로호'를 서울-신창 구간에 투입해 운행하고 있다. 평일에는 하루 11회, 주말과 공휴일에는 하루 3회 왕복 운행하는 이 열차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고, 전동휠체어 2석, 일반휠체어 5석 등 총 7석의 휠체어석이 마련돼 있다.
이에 따라 누리로호를 이용하면 무궁화호나 KTX에 비해 휠체어를 이용한 여행이 한결 수월해지고, 객실 내 소음 역시 KTX 수준으로 좀 더 쾌적한 열차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객실 내 휠체어 좌석의 폭이 기존의 무궁화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데다, 출입구에서 객실로 들어가는 통로 역시 좁아서 전동휠체어 진입이 여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출입구 계단에 있다. 무궁화와 새마을호, KTX-산천을 포함한 모든 열차들은 일반 버스와 같이 내부에 계단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반면에 누리로호는 노란선 아래로 계단이 새로 형성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스텝이 2개 밖에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계단 높이가 높아져 다리에 장애가 있는 승객들에게는 불편하고 위험한 상황이다.
열차 승무원에 따르면 이 열차는 열차 내부에서 경사로를 펼쳐 휠체어 장애인의 열차 탑승을 돕고 있다. 그런데 경사로를 펼치는 과정에만 5분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역 직원의 안내를 받아 휠체어를 타고 열차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리프트 펼쳐야 합니까”라고 질문했던 이유가 ‘5분이나 걸리는 리프트’ 때문이었던 것이다.
조용하고 쾌적했지만,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 누리로호 열차가 “점차 무궁화 열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열차 승무원의 설명이었다. 실제 4월 1일부터 기존의 객차형 무궁화호로 왕복 1회 운행되던 서울-제천 간 구간에 호호가 투입될 예정이다.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객차의 내구연한(도입 후 운행할 수 있는 기간)은 25년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지적한 문제를 보완하지 못하면 "장애인의 열차 탑승으로 출발이 지연되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방송을 들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은 편의시설을 만들어 줘도 불만이다"라는 말을 들을지라도 다시 한 번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장애인용 화장실 입구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출입할 수 있을 만큼 공간이 확보돼 있었고, 출입문 잠금 및 개폐 장치가 버튼식으로 돼 있어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씨가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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