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은 새마을호를 이용할 수 없다. ⓒ에이블뉴스

“죄송합니다. 새마을호에는 휠체어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에 휠체어를 이용해 부산으로 내려가기 위해 철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새마을호 열차에 휠체어석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들려온 직원의 대답은 그랬다. 새마을호에는 휠체어석 자체가 설치되어 있는 열차가 없으니 무궁화호나 KTX를 이용해야 한단다.

"복지 할인을 받으시면, 새마을호와 운임 차이도 크지 않으니 고속열차를 이용하세요."

결국 직원의 말대로 다른 열차를 예약하기는 했으나,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휠체어를 한켠에 두고, 편안하게 좌석에 앉아 목적지까지 가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동호인들 사이에서 새마을호는 좌석의 넓이와 편안함에서 최고의 열차로 꼽힌다. 그러기에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리도 거리였지만, 열차에서 내린 이후에 계속 휠체어에 앉아 움직여야 할 것을 생각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좀 더 안락한 여행을 하려 했으나, “두 발로 걷지 못 한다”는 이유로 선택의 폭이 좁아진 셈이었다.

KTX 다니지 않는 지역에 사는 사람은 무궁화호만 타야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고속철도가 개통된 이후, 이 열차가 정차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경우,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하여 열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고속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지역의 장애인들은 열차를 이용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코레일 열차표 예약 사이트에서 4월 1일부터 개편되는 열차 시간표를 기준으로 고속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지역의 열차 시간표를 조회해본 결과는 매우 심각했다. 무궁화호의 필수 정차역인 영등포역에서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열차의 운행 횟수는, 광주행 일 2회 목포행 5회 마산행 2회에 불과해, 모든 열차가 새마을, 무궁화호로만 운행되고 있는 용산-여수행 열차와, 포항-동대구간에 일 10회, 장항행에 일 9회 운행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필수 정차역의 운행 횟수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일부 열차가 통과하는 역에서는 이보다 더 열차 이용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열차 종별에 관계없이 이용객이 많은 경부선 영등포-동대구 구간은 일 14회, 영등포-서대전 구간은 가장 많은 일 16회가 운행되고 있어, 열차 이용객이 많은 구간에서는 고속열차가 자주 운행되고 있음에도 무궁화호의 운행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모든 상행열차의 운행횟수, 하행과 동일함.)

휠체어를 타고 기차를 이용할 수 없거나 거의 불가능한 곳도 존재

열차 탑승에서 하차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 휠체어 장애인들의 경우, 중간 정차역에서 내려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 환승은,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다. 그러나 새마을호 열차로만 운행되고 있는 포항을 가기 위해서는 고속열차를 이용해 동대구역에서 환승해야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며 대구에서 출발해 창원을 거쳐 진해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가 아닌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진해로 가는 열차는 모두 새마을호로만 운행되고 있다는 점은 포항행 열차와 동일하지만, 무궁화호 환승 열차가 존재하지 않아, 휠체어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할인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도중 누군가가 그랬다. “예전에는 장애인 할인도 없었는데, 세상 참 좋아진 것 같다”고 거기에다 운임까지 할인을 해주니 얼마나 복지 정책이 좋아졌냐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할인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어릴 적 이솝 우화에서 들었던 여우와 황새 이야기처럼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 할인이 무슨 도움이 있겠는가? 열차 안에 올라가 앉을 수 없다면 할인이 아니라 무료라고 해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휠체어 장애인이 새마을호 열차 앞에서 바라본 세상은 아직 우울하고 장애가 많은 세상이다.

*이 글에 나온 열차운행 횟수는 4월 1일부터 변경되는 열차 시간표를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씨가 보내온 특별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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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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