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제41기 사법연수생 임명식에서 사법연수생들이 연수원장의 인사를 듣고 있다. ⓒ박종태

2일 오전 경기도 일산시 장항2동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41기 사법연수생 임명식에서 장애인 2명이 임명장을 받았다. 시각장애인 사상 처음으로 사법연수생 임명장을 받은 3급 시각장애인 최영 씨와 휠체어를 타는 1급 지체장애인 이성준 씨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최 씨는 이날 기자들의 집중 취재를 당하는 몸살을 앓았다. 최 씨는 “부담스럽다”며 인터뷰 거절을 하려고 했지만 너무 많은 인터뷰 요청에 인터뷰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최 씨는 “마음이 설레며 부담이 된다”며 “공무원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열심히 노력하여 능력있는 법조인이 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는데 필요한 것들을 배려해 연수 받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덜 받은 이성준 씨도 “두렵고 떨린다”고 소감을 전한 뒤 “열심히 연수를 받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사법연수원 정윤형 공보담당관은 “352호 학습실은 최영씨 개인만을 위해서 배려했다”고 전했다. 이 학습실은 2층 강의실 옆쪽에 마련됐으며 텍스트파일을 음성파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한 컴퓨터도 배치됐다.

최 씨가 주로 강의를 듣게 되는 2층 11강의실에도 맨 앞쪽에 최씨를 위한 책상을 배치했고, 점자책 대신 음성파일을 이용하고 녹음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트북을 위한 콘센트를 책상에 설치했다. 음성파일로 안 되는 부분은 시험관리실내 점자 프린터를 이용해 출력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최 씨가 식사를 하는데 애로점이 없도록 별도의 리모컨이 배부됐다. 식당 어느 의자에서든지 리모컨을 누르면 주방에서 소리를 듣고 밥을 가져다준다.

문희운 관리계장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한 부분은 차차 개선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 화장실 입구 등에 아직 설치되지 않은 점자 촉지판은 곧 설치를 하겠다”고 전했다.

사법연수원 제41기 사법연수생 임명식에서 사법연수생들이 임명장을 받기 위해서 기다리는 모습. ⓒ박종태

사법연수원 제41기 사법연수생 임명식장에서 휠체어를 타는 1급 장애인 이성준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종태

사법연수원 복도에 설치된 점자블록 위를 걸어보는 최영씨. ⓒ박종태

최영씨가 학습실에서 사용하게 될 컴퓨터. 각종 자료를 음성으로 변환하도록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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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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