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통로에 장애인들이 기피하는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됐다. ⓒ박종태

서울시가 서울역에서 대우빌딩 사이 도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한다. 도로가 넓어 가운데에는 교통섬을 만들어 2번에 걸쳐 건너게 된다. 특히 서울역 주변 10여곳에 산재한 버스정류장과 택시정거장을 한군데로 합쳐서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설치해 오는 25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버스중앙승강장 4곳과 가로변 승강장 1곳이 마련되는데, 버스 23대가 동시에 정차를 하고 시간당 920여대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발표다. 버스승강장에서 지하철 서울역 1·4호선으로 연결되는 환승로에는 폭 6.5m, 길이 37m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다. 이에 따라 버스-지하철 환승 속도가 빠르고 안전해질 수 있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장애가 없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편리하게 환승을 하겠지만 장애인들은 에스컬레이터 옆에 설치된 ‘썩은 동아줄’, ‘살인기계’, ‘장애인 기피시설 1호’로 불리는 ‘죽음의 휠체어리프트’를 타고 환승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담당자는 전화 통화에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이라며 “내년에 환승통로를 넓힐 계획이라서 엘리베이터 설치는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 볼 수 없는 휠체어리프트 이용을 강요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온지 두 달 만에 서울시가 또 다시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역에는 휠체어리프트가 현재 2대 설치되어 있으며 장애인 추락사고가 발생해 장애인들의 철거 요구가 계속되어 왔다.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에는 검은색 점자유도 블록도 마구잡이로 설치됐다. 검은색 점자블록은 저시력 장애인들에게 웅덩이로 보여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며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검은색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도시미관을 위한 것. 이에 대해 서울시 도로교통담당관실 관계자는 “처음에 황색 점자블록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서울시 도시미관 심의에서 황색이 아닌 다른 색상을 요구해 검은색을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고, 서울시 공공디자인 담당관실 관계자는 “검은색 점자블록을 설치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발뺌했다.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도시 미관만 생각하고 장애인의 안전은 외면한 졸속 행정에 장애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조속히 휠체어리프트는 엘리베이터로 교체 설치하고, 검은색 점자블록은 노란색 점자블록으로 교체해 모든 시민들이 안전하게 환승센터를 이용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역 환승센터에 저시력장애인들에 위험한 검은색 점자블록이 설치됐다. ⓒ박종태

4호선에서 1호선으로 연결되는 환승통로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 장애인 추락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박종태

서울역 환승센터 환승통로 안내 문구. ⓒ박종태

남대문 경찰서로 나가는 계단에도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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